'약방에 감초가 보이지 않는다?’최근 시중은행 주변에서 정부 당국자들의 모습을 찾기 힘들자 해석이 구구하다. 얼마 전만 해도 시중은행장들이 모일 때면 으레 ‘임석(臨席)’해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하던 사람들이 자취를 감춘 배경이 궁금하다는 것이다.
현대 문제와 관련, 시중·국책은행장들이 조찬회동을 가진 지난 14일. 류시열(柳時烈)은행연합회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은행장들은 9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현대건설 여신 5,040억원을 전액 만기연장해주고,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이 보유중인 현대자동차 지분 6.1%를 7~8개 은행이 공동인수하기로 흔쾌히 합의했다. 그러나 회의장 주변에 정부 관계자은 얼씬거리지 않았다.
현대건설 자금지원 문제를 논의한 지난달 26일 회동도 마찬가지. 12개 은행장들은 자율합의 형식으로 “집중적으로 여신을 회수한 은행들이 회수금액의 50% 가량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후 농협, 기업, 하나 등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 현대건설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만 했다. 지난달 중순 워크아웃 기업인 ㈜우방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과정에서도 정부가 “채권단에 전적으로 일임하겠다”고 밝혀 난항을 겪기도 했다.
정부의 이같은 변화에 대한 금융계의 해석은 엇갈린다. A은행 여신담당자는 “정부가 관치금융을 하지 않겠다는 노정 합의에 대한 부담감으로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일 뿐 실제로는 배후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B은행 관계자는 “일단 자율합의 형식을 갖춰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라며 “관치금융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다같이 자율실험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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