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배아세포의 복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영국정부의 발표가 나온 16일 전세계는 인간복제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영국 BBC 방송 웹사이트에는 전세계 네티즌들로부터 올라온 찬반의견이 홍수를 이뤘고, 야당 의원들도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첨예하게 대립했다.
생명공학에서 영국과 비슷한 정서를 갖고 있는 미국 정부도 지금까지의 강경한 복제금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는 듯한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미 국립위생연구소(NIH)는 이달말 처음으로 인간배아세포 연구에 연방기금을 출연하는 것을 승인하는 새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벌써 복제논쟁이 미 대선 캠페인의 최대현안으로 부상하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미 뉴욕 생명공학 싱크탱크인 헤이스팅스 센터의 토머스 머레이 회장은 "영국의 조치가 복제에 대한 국민의 보수적 가치를 중도적 입장으로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찬성론자들은 한계를 그은 규제조항이 철저하게 지켜진다면 복제로 인한 혁명적 과실을 외면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무조건적인 금지는 자칫 인간복제를 음성화, 지하화시켜 더 큰 해악을 가져올 것이라는 불가피론도 공감을 얻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이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원칙론을 내세우며, 한편으로 영국정부의 상업적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인간복제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케빈 딜런은 "시장에서 엄청난 금전적 이득을 가져다 줄 특허권의 공동소유자 중 하나가 영국정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며 이번 정부결정이 순수한 의학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윤리자문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아트 캐플란 유전학 박사는 "이번 결정과정에서 윤리문제는 3~5% 정도밖에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정부의 결정이 올 가을로 예상되는 의회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소속정당의 정강에 따르지 않고 개인의 양심에 따라 투표하는 '자유투표(Free Vote)’방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노동당 정부의 결정이 의회에서 똑같이 재현되리라고 보기 힘들다.
노동당과 제2야당인 자유민주당이 우호적 반응을 보이는 반면, 보수당은 반대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일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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