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박사는 명저 ‘문명의 충돌’에서 “문명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정치·경제적 발전의 중요한 차이는 상이한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동아시아의 경제적 성공은 물론 민주정치의 어려움은 모두 그 문화때문이다”고 주장한다.그의 주장을 원용해 “동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축구발전의 어려움은 문화때문이다”고 주장한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유럽의 축구와 우리의 축구는 그 시작부터 많은 차이가 있기때문이다.
유럽은 클럽의 탄생부터가 자생적이다. 유럽의 클럽은 선수양성에서부터 경기와 마케팅까지 모든 것이 경영차원에서 운영된다.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 축구의 양대기둥은 학원과 기업이며 둘의 본질은 홍보이다. 우리 축구가 1983년 프로를 출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잘 알다시피 정치적 이유때문이다.
비록 탄생의 배경은 다를지라도 우리 프로축구가 20여년이 다 되도록 경영마인드를 갖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축구팀의 역할이 ‘모기업의 홍보’목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때문이다.
학원축구는 여기에 진학제도, 대회방식과 맞물려 성적 제일주의를 낳았고 대부분의 경기는 인조잔디에서 벌어진다. (인조잔디가 축구기술 발전에 치명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은 지적한 바 있다)
지난주 축구계는 경남 남해군에서 열린 초등연맹회장기 대회로 온통 흥분했다. 남녀 170개팀, 4,200여명의 선수가 참가, 국내축구사상 최다를 기록했고, 국내 처음으로 리그제로 전 경기가 잔디구장에서 열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회가 고무적이긴 하나 우리 축구문화를 크게 바꾸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학원축구가 본질적으로 선수들에게 잔디구장을 상용케하고 성적보다 선수양성에 주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것은 축구협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문화란 하루 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조금씩 고쳐 가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축구문화도 정상이 되지 않을까.
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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