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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용서의 눈물, 화해의 눈물,통일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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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용서의 눈물, 화해의 눈물,통일의 눈물

입력
2000.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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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들은 부둥켜안고 울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하는가.아니다. 할 말이야 너무도 많다. 1년이 365일인데 무려 50여년의 세월이 지났으니 그 숱한 날의 삶과 아픔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긴 세월이다. 그 50년을 한 순간에 압축한 것이 바로 가슴 벅찬 이 울음이 아닌가.

그것은 참으로 통곡이다. 그렇다. 가슴 아픈 눈물, 이 눈물이 바로 용서의 물 곧 정화수이다. 이 눈물은 화해와 일치의 성수(聖水)이다. 이 눈물은 모든 병을 치유하는 기적의 물이다. 이 눈물은 언어의 경지를 넘어선 초월의 경지, 하늘의 문턱에 닿을 수 있는 인간의 위대성을 확인해준다.

50년만에 부모와 자식이, 아내와 남편이, 형제 자매가 만났으니 우는 것이 당연하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눈물은, 용서해 달라는 이 호소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젊은 세대는 이해 못할 지도 모른다. 1950년대는 그렇게 가족간의 정리보다도 신념이 중요했던 시대였다. 이번에 남한에 온 북한 방문단 가운데는 공산주의 신념을 선택함으로써 가족을 스스로 버렸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 후 50년동안 이들은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단절의 시대를 감수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50년동안 한 가지 신념으로 살아온 사람이 한 순간 가족을 만났다고 해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신념에 대한 배신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격식을 벗어버렸다. 울며 용서해달라고 했다.

그것은 그동안의 신념이 잘못됐다는 그런 차원은 아니다. 이것은 체제도 법도, 이념도, 국가도, 종교도 모두 껍데기임을 확인해 주는 인간 내심의 고백이며 외침이다. 그 내면의 소리는 인간은 자유롭다는 것이며 자유롭게 만나고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는 고백이다. 왜 우리는 인간끼리의 자연스런 소통을 반대하고 분단을 용인했던가에 대한 참회의 고백이다.

분단을 용인한 것은 정치 지도자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문익환 목사나 문규현 신부, 임수경씨가 방북했을 때 이들을 질타하면서 분단을 정당화했던,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그 책임은 미친다. 물론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나는 북한을 방문한 뒤 너무도 실망하여 통일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었다.

지금도 텔레비젼에서 이산가족 상봉소식을 접하면서도 여전히 정치적인 신념 때문에 분단과 단절이 계속되기를 희망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통일을 희망한다고 말은 쉽게 하지만 우리들 마음속에는 모두 이런 저런 분단의 앙금이 있다. 우리는 먼저 이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 “어머니, 용서해 주십시오”하는 눈물의 외침은, 한민족 7,000만 모두의 고백이 되어야 한다. 이산가족의 마음이 되어 이념과 체제 그리고 이 현실을 뛰어 넘어야 한다.

가슴 찡하는 공감으로 이제까지 서로 헐뜯고 싸우고 죽이고 적대시했던 지난 날의 잘못과 아픔에 대해 용서를 청해야 한다. 말로만 용서를 한다고, 말로만 통일을 희망한다고 말하지 말고 분단을 정당화했던 모든 태도들을 버려야 한다.

신념이 좋다며 가족을 버린 이들, 그들을 기다리며 살았던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고통스런 것이었겠는가. 이런 50년의 미움과 갈등, 분열과 회한의 삶을 깨끗하게 닦아준 것이 눈물이었다. 용서를 비는 마음, 그리고 용서하는 마음, 그것은 참으로 용기있는 마음이다. 이산가족의 상봉보다 더 큰 경신례, 더 큰 불공이 있을까.

참으로 이것은 남북이 함께 이룬 민족의 화해, 민족의 일치, 그리고 경건한 기도이다. 용서의 뒤에야 화해가 온다. 화해 뒤에야 우리는 일치(통일)할 수 있다. 그 때를 위해 우리 모두 용서의 첫 걸음을 떼어 보자.

함 세 웅·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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