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ㆍ창덕궁 주변 북새통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인 17일 북측 방문단이 움직이는 곳마다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는 가족, 친지, 지인(知人)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방문단 숙소인 쉐라톤 워커힐호텔 주변에는 아침 일찍부터 상봉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가족들과 친구, 북에 있는 가족들의 소식이라도 전해 들으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방문단의 김인수(68)씨와 선린상고 동창이라는 김학모(金學模·70)·이창영(李昌永·69)씨는 오전 7시부터 플래카드를 들고 로비를 맴돌다 마침내 점심식사를 하러가는 김씨를 불러세웠다. “기억하냐.” “많이 늙었구나.” “편지라도 하자.” 단 1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총알처럼 숱한 말들이 오갔다.
사촌오빠 황억구(66)씨를 만나러 온 황규훈(黃奎焄·65·여)씨는 “비행기표를 못 구하다가 어제야 미국에서 도착했다”며 “오빠하고 말 한마디, 포옹한번 해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한연희(韓連姬·54·여)씨는 전쟁때 헤어진 아버지와 삼촌 소식을 들으려 피켓을 든 채 사흘째 이곳을 찾았고, 강릉에서 밤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석옥자(石玉子·59·여)씨는 “오빠를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북측 방문단이 찾은 창덕궁 주변도 마찬가지. 오빠 오영재(64·북한 계관시인)씨를 보러 강원도에서 올라온 막내 여동생 영숙(53)씨는 5시간을 기다린끝에 오빠와 만났다. 영숙씨가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서러워하자, 오씨는 “어머니 등에 업혀있던 영숙이…”라며 동생을 껴안았다.
김일성대 교수를 지낸 오빠 신구현(申龜鉉)씨 소식을 들으려 아침부터 나와 있던 신정현(82) 할머니는 “오빠가 지난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오영재씨로부터 전해 듣고는 주저앉아 오열했다.
전덕찬(72)씨의 조카 10여명은 “큰아버지 보고 싶었어요”라는 피켓을 들고 나왔고, 윤경식(9)군도 엄마 손을 잡고 나와 차창을 통해 큰외할아버지 최상길(68)씨와 얼굴을 맞댔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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