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의 멸망과 식민지화, 그리고 이념대립과 분단은 우리가 겪은 근현대사의 처절한 사건들이다. 더구나 6·25전쟁은 가족의 유대감과 인간성을 파괴시킨 가장 큰 비극이었다.외세의 침략이 원인을 제공했고, 새로운 국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우리에게 비참한 삶을 강요했다. 이미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끝없이 인내를 강요한 문제가 남아있었다. 그것이 이산가족의 비극이었다.
■서울과 평양에서 이틀간 펼쳐진 이산가족의 상봉장면은 또다시 민족의 비극을 일깨워 줬다. 50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었다. 하지만 절절한 사연을 가슴에 간직한 가족들은 시간을 건너뛰어 헤어졌던 그 때 그 자리로 돌아간 듯 서로 만났다.
만난 이들은 남북으로 각각 찾아간 200명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가족을 합한 1,000만이 눈물의 상봉을 했고, 동시대인의 아픔을 같이 겪은 모든 국민이 이 참혹한 민족사를 다시 마주했다. 절절한 아픔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울음만 터져나올 뿐이다.
■이산가족의 상봉을 전하는 보도는 그대로 역사자료가 된다. 모두가 우리 삶을 전하는 생생한 자료들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획하고, 모든 국민이 동참한 대규모 무대에서 언론은 한 역할을 맡고 있다.
차분한 대응을 지적하기도 하나 주로 들뜬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이고, 앞으로 더욱 나아갈 남북화해와 협력을 선도하는 역이다.
■레온 유리스 소설 ‘엑서더스’,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홀로코스트’등 현대의 명작을 만들어낸 외국 예를 본다면, 우리 문학과 예술이 역할을 다하는 것 같지는 않다.
동시대인이 겪은 다양하고 절절한 소재를 생각하면 이를 담아 발효시킨 진정한 거작을 보기 어렵다. 물론 몇몇 높은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사랑받는 차원까지 가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우리들의 삶에 담긴 대서사시를 뛰어난 예술작품으로 풀어낼 문학인 예술인의 작업을 기다린다. 그 작업은 역사를 재해석하는 일이 될 것이고, 민족의 애환을 애절한 눈물의 차원을 떠나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이 될 것이다.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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