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눈으로 역사를 보니…"“구한말 조선을 찾았던 외국인들이 품었던 궁금증은 바로 이것입니다. ‘왜 그토록 순박하고 고도의 문명을 누렸던 조선 민족이, 왜 그 대한제국이 멸망했을까’.
이들의 기록을 번역하면서 우리의 어두웠던 과거를 오로지 일본의 군국주의 탓만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들은 이미 당시 조선사회의 내재된 모순과 지배계층의 부패상을 꿰뚫어봤던 것입니다.”
건국대 정외과 신복룡(58) 교수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 1973년 ‘대한제국멸망사’를 시작으로, 최근 출간된 ‘일제시대의 조선생활상’에 이르기까지 23권의 외국서적을 무려 28년 동안 완역했다.
‘한말 외국인 기록’(집문당 발행) 시리즈로, 외국인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을 담은 책들이다.
서양인의 한국기록 서지목록인 ‘서양인이 본 조선’에 언급된 188종의 원서 중에서 학술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된 책들을 고른 것이다.
“우리는 너무 훈련된 역사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유구한 반만년 역사니, 삼천리 금수강산이니…. 우리 역사도 이제는 풍부한 1차 사료를 통해, 열악했던 당시 조선 땅에 살아준 고마운 외국인들의 눈을 통해 ‘업그레이드’돼야 합니다.”
전집은 무엇보다 광범위한 내용과 유명 원저자의 이름이 눈길을 끈다.
미국인 선교사로 조선에 와 고종의 밀사로 활약한 헐버트의 ‘대한제국멸망사’, 스웨덴 동물학자 베리만의 ‘한국야생동물지’ 등. 독일공사를 지낸 뮐렌도르프의 ‘뮐렌도르프 자서전’이나 1813년 조선 땅에 표류해 들어온 하멜의 ‘하멜 표류기’도 있다.
‘일제시대의 조선생활상’(드레이크 지음)은 1928년 경성제대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저자의 풍물기행이다. “몇 년 간 푹 쉬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음 맞는 번역자가 있다면 러시아인들이 남긴 기록도 번역해보고 싶습니다.” 그의 완역작업은 결국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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