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립교향악단의 20~22일 네 차례 서울 공연은 북한 음악의 수준을 확인할 좋은 기회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은 최고의 연주자와 작품으로 남쪽에 데뷔할 준비를 마쳤다.누가 오나
조선국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김병화(金炳華·64)는 북한 최고의 지휘자다.
일본 오사카 태생으로 1960년 북한으로 건너가 평양음악무용대학 지휘과를 졸업한 뒤 1964~1969년 국립예술극장 지휘자를 거쳐 1969년부터 조선국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다.
1972년 공훈예술가, 1986년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으며 1998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서양악기와 민족악기를 함께 편성하는 북한식 ‘배합관현악’ 완성에 공이 컸으며 스스로 ‘한심할 정도’라고 회고했던 북한 교향악단 수준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
이번 공연에는 만수대예술단 소속 세 명의 가수가 온다. 남성저음(베이스) 가수 허광수(40)는 199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3위를 했으며 1995년 공훈배우 칭호를 받았다.
남성고음(테너) 리영욱(45)은 1987년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넬리아 옌나국제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다.
여성고음(소프라노) 리향숙(24)은 지난해 북한 윤이상앙상블의 독일 순회 연주에 동행, 뛰어난 음악성을 과시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현희(22)는 북한의 ‘2·16 예술상’ 경연에서 1등을 차지한 실력파이며, 최기혁(50)은 조선국립교향악단 악장이다.
무엇을 연주하나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단독 공연은 북한 작품 위주로 짜여있다.
바이올린협주곡 ‘사향가’는 정사인 작곡의 노래 ‘내 고향을 이별하고’주제의 협주곡. 매우 좋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관현악곡으로는 ‘아리랑’(최성환 작곡), ‘그리운 강남’(안기영 작곡), ‘그네 뛰는 처녀’(김윤붕 작곡)를 연주한다.
‘그리운 강남’은 ‘정이월 다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며는…’이라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노래가 바탕이다. 노래로는 ‘압록강 이천리’ ‘동해의 달밤’ ‘동백꽃’ ‘산으로 바다로 가자’를 부른다.
또 오페라 아리아와 이중창으로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돈 바질리오의 아리아’, 푸치니의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를 부른다.
서양 클래식음악으로는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의 4악장을 연주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지휘자로서 카리스마 대단"
'김병화 제자' 박태영 서울청소년 교향악단장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서울 공연을 기다리는 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 단장 겸 지휘자 박태영(37)의 감회는남다르다.
재일동포로 1987~90년 북한 최고의 평양음악무용대학에 유학한 그는 이번 서울 공연의 북한 지휘자 김병화의 제자이다.
“평양에서 선생의 오케스트라 연습장을 자주 찾곤 했지요. 음악적 질문을 많이 드렸는데, 아주 부드럽게 설명해주시곤 했습니다.
목소리는 작고 조용하지만, 지휘자로서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 단원들이 그분 눈을 쳐다보기도 두려워할 정도였습니다.
늘 알기 쉬운 지휘법으로 지휘하라, 음악의 통일성을 유지하라고 강조하셨지요.”
안타깝게도 그는 스승의 이번 공연을 볼 수 없다. 마침 세종문화회관의 오페라 공연 지휘가 겹쳤기 때문이다.
“뵐 수 없으니 슬프지요. 평양에서의 지휘 수업은 튼튼한 기초가 됐습니다. 제게 큰 영향을 끼치신 그 분께 감사를 전하고 제가 지휘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은데…. ”
그는 자신이 지휘하는 9월 17일 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 연주회 때 북한의 관현악 서곡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를 연주할 계획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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