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그리던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들이 탈진증상과 노환 등으로 쓰러지는 사례가 잇달아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 70대이상 고령인 이들은 가족을 만난다는 흥분과 설렘 등으로 인한 상봉충격증으로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남쪽 이산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의 응급의료 지원팀에는 14일부터 하루 20여명의 이산가족이 찾는 등 16일 오후까지 50여명의 이산가족이 다녀갔다. 대부분 소화불량과 감기, 두통, 설사, 탈수증세 등 가벼운 질병이었지만 워낙 연로해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상태다.
맏형 황종태(66)씨를 상봉한 동생 종률(63)씨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15일 새벽 심한 두통으로 의료진을 찾았고, 형 박상업(69)씨를 만나러 온 상무(61)씨도 배탈로 심한 통증을 호소하다 응급치료를 받았다.
아들 박상원(65)씨를 만나러 온 민병옥(97)할머니는 심한 설사와 탈수증세로 응급의료팀의 치료를 받은 뒤 상봉장에도 나가지 못했다. 또 노환을 무릎쓰고 아들 여운봉(65)씨와 최초의 앰블런스 상봉을 한 박성녀(91)씨도 15일밤 늦게 탈진상태에서 빠져 서울중앙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16일 새벽에야 호텔로 돌아왔다.
이들이 상봉을 전후로 잦은 질병을 앓는 것은 상봉으로 인한 흥분과 충격, 불면증과 신경쇠약이 주원인이지만 차가운 실내공기와 물갈이도 한 요인.
올림픽파크텔 응급의료진으로 근무중인 고홍석(34) 적십자병원 내과전문의는 “14일에는 수면제와 진정제, 우황청심환을 달라는 사람이 많았고 15일부터는 소화제와 지사제, 감기약 등을 주로 찾고 있다”며 “가족상봉으로 너무 신경을 많이 쓴 데다 무리한 일정 등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므로 심적 안정을 유지하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양
평양을 방문중인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의 기력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 칠십 고개를 넘은 고령인데다 50년만의 혈육 상봉에 따르는 감정의 기복으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대한 스트레스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방문단중 2명이 문제가 생겼다. 이근하(71·경기 시흥)씨는 15일 상봉 이후의 충격으로 밤사이 심한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는 등 폐렴 증상을 보여 16일 아침식사 직후 인근 평양친선병원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다. 이씨는 오전 10시30분께 숙소로 돌아와 가족과 개별상봉하는 등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동해시에서 온 정명희(72·여)씨는 발목을 삐어 평양친선병원 소속 의사의 치료를 받았다. 이들 외에도 몇몇 이산가족들이 불안감과 불면증세를 호소,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이수진 의료팀장 등은 밤늦게까지 회진을 도는 등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을 출발하기전 수행 의료진은 방문 이산가족들의 병력과 평상시 복용하는 약품 등을 상세히 파악해 두었다.
/평양=공동취재단
배성규기자
vega@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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