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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핵잠수함 구조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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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핵잠수함 구조 난항

입력
2000.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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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해군은 16일 노르웨이 북쪽 바렌츠해에 침몰한 전략 핵잠수함 쿠르스크호의 승무원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기상악화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러시아 해군은 이날 전날에 이어 사고 지점에 구조용 잠수정을 내려 보냈지만 조류가 거세 쿠르스크호의 해치와 결합시키는데 실패했다고 러시아 관리들이 밝혔다.

블라디미르 쿠로예도프 해군 사령관은 이날 "승무원들중 일부가 살아 있다”며 "그러나 18일까지는 함내의 산소가 고갈될 것으로 추정돼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르웨이 외무부는 쿠르스크호의 침몰 시점은 러시아 당국이 13일이라고 발표한 것과 달리 12일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해상훈련을 감지하던 미국의 잠수함도 12일 이번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 폭발음을 감지했다고 미국 관리들이 밝혔다.

미 국방부는 14일 "쿠르스크호가 침몰한 해역부근에서 미국 해군 잠수함 2척이 작전중이었으나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푸틴의 군사력 재건 계획 타격 쿠르스크호의 침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해군력 재건 공약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해군의 날인 지난달 30일 "러시아가 새로운 세계 질서에서 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선 함대 규모를 늘려야한다”며 야심찬 해군력 재건게획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푸틴의 계획은 본격 추진되기도 전에 타격을 입게됐다고 현지 군사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러시아 해군은 지난 10년동안 3군중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1,000여척의 함정을 감축하고, 잠수함도 3분의 2수준으로 줄였으나 열악한 재정사정으로 해군 유지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5년전 전체 국방비중 15%이상이었던 해군 예산은 지금은 겨우 1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에따라 해군은 함정 수리와 훈련 등을 위해 필요한 예산의 10%만을 지원받고 있다고 군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해군 조종사들은 1년에 겨우 40시간 비행을 하고 있다. 쿠로예도프 해군사령관은 지난달 "예산이 늘어나지 않으면 2016년에는 겨우 60첨의 함정이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푸틴은 취임후 '강력한 러시아 재건’을 내세우며 그 일환으로 군사력 강화를 추진했지만, 쿠르스크호의 침몰로 계획이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바렌츠해는 아직도 냉전중 냉전이 종식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쿠르스크호가 침몰한 바렌츠해는 아직도 열강들의 치열한 군사력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 전략연구소의 해군 전문가인 조애나 키드는 "바렌츠해에 출몰하는 러시아 함정의 수는 현격히 줄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은 이 지역 상황을 계속 점검해야하기 때문에 긴장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렌츠해는 무르만스크와 세베로모르스크를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 북해함대의 주요활동무대.

따라서 나토군이 러시아 해군의 전력을 파악하느라, 러시아군은 나토군의 동태를 감시하느라 '쫓고 쫓기는’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쿠르스크호가 침몰했을 당시에도 나토군 소속 잠수함들이 인근에서 활동하고 있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더구나 쿠르스크호가 사고 당시 참여중이던 훈련은 지난 몇년이래 최대 규모의 것으로 러시아가 올해말 동부 지중해에 항공모함 파견을 앞두고 실시하던 것이어서 나토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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