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라고 하지만 그 희생의 보람이 거의 없는 경우가 있다. 충주댐도 충주시민들에게는 그런 케이스였다. 남한강 하류 일대의 홍수조절과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공급 등 다목적으로 지어진 충주댐은 정작 시민들에게는 천덕꾸러기가 될 때가 많았다.댐이 들어서면서 혜택을 보기는 커녕 이런 저런 피해를 입다보니 시민들 입장에서는 없느니만 못하다는 불만을 가질 만도 했다. 안개일수가 늘어 일조량의 부족으로 과일이 제대로 익지 않는가 하면 호흡기 질환이 빈발하고 교통사고율이 전국 2위를 기록하는 등 댐으로 인한 피해는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충주댐물을 충주시민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댐의 물을 펌프로 퍼올려 터널을 이용, 시내로 끌어오는 방법을 농림부가 이달초부터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 계획은 충주댐에서 물을 끌어올린 뒤 이 물을 해발 325m 높이의 발티재를 관통하는 4km의 도수로를 통해 하루 2만톤씩 시내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해지역 해갈은 물론 809ha의 농경지가 1급수인 청정수로 농사를 짓게돼 친환경농업에도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농사를 짓고 남은 물로 도심 한 가운데를 흐르는 충주천과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는 호암지에도 충분한 양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부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동양최대의 다목적댐인 충주댐을 보유하고 있는 충주시는 유유히 흐르는 강과 저수지를 보유할 수 있게 돼 호반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 충주댐 물을 충주시내로 끌어오자는 주장은 이전부터 간헐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패배주의에 밀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같은 일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같은 시도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충주댐의 물을 맑게 유지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차제에 맑은 물을 지키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까지 세웠으면 하는 것이 시민들의 바람이다.
/박상호 충주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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