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윈회(SEC)는 얼마전 ‘평등선언’을 했다. 기업정보는 모두가 다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기업정보를 월가의 분석가들과 대주주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해온 지금까지의 관행을 금지했다.자본시장의 신뢰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공정 공개(FD)’라는 이 규정은 모든 투자자가 평등하게 증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근본 취지로, 분석가들과 대주주들에게 기업정보를 알려줄 때는 일반투자자들에게도 동시에 공개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 주식가격이 시장에서 높게 형성되기를 원한다. 주가 수준은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고, 최고 경영자의 성적표다.
그래서 기업들은 자신들과 관련된 정보를 대주주나 분석가들에게 먼저 제공해 호의적인 기업분석 보고서를 유도하곤 한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소액투자자들의 집단소송도 이같은 정보접근의 불평등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문제는 공개되어야 할 기업정보의 범위와, 어떤 식으로 공개할 것이냐에 대한 것이다. 위원회는 기업수익보고서, 수익경고보고서, 주식매집의향서, 경영진 교체 등의 정보와, 기자회견이나 관보 게재 등 동시공개를 만족시키는 공개 수단을 지정했다.
■이번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치는 기밀정보를 이용해 주가 형성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기업의 자의적인 정보공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 기업의 정보공시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올들어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날린 돈이 46조원에 이른다고 증권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개미군단(개인투자자)’들이 정보 접근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를 따라가는 동조화 현상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런 제도는 아무리 ‘동조화’해도 좋지 않을까.
/이상호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