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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치] 유대인 리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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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치] 유대인 리버만

입력
200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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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대선에 가장 극적인 흥미를 가져다 준 요인은 민주당의 부통령후보 조지프 리버만 상원의원으로 꼽힌다. 그는 백악관을 향해 나선 미 최초의 유대인이고, 이 때문에 앨 고어 후보가 그를 러닝 메이트로 지명한 것을 두고 언론은 서슴없이 도박이라고 불렸다.유대인이 미국의 소수 엘리트층에 유대인이 강력하게 포진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상원위원 중에도 유대인이 11명이나 된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에 이기기 위해 유대인을 택한 고어의 결정을 두고 반응은 ‘대담하다’는 쪽으로 일치했다.

그런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약간의 놀라움이 가신 후 미 언론에는 리버만에 대한 찬사가 넘쳐나고 있다. 반유대주의가 금세 거론되는 것으로 미뤄 적어도 미국사회 일각에 그런 현상이 심각했거나, 지금도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어떤 평론은 미국사회가 이런 편견은 충분히 극복했다고 지적하면서 지난해 실시된 한 여론조사를 들어 대통령후보로 유대인이 나오더라도 미국인들의 92%가 그에게 투표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쓰기도 했다. 유대인들이 언론까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항간에 있어 오던, 세계지배를 지향한다는 ‘유대인 음모론’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일까.

고어가 리버만을 선거에 불러들임으로써 민주당은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발표 이후 고어의 지지도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는 상대적으로 필라델피아 전당대회 이후 뻗어갈 듯 했던 공화당의 부시바람을 차단했다.

리버만에게 붙는 숱한 표현들 중에는 ‘정직하다’는 류의 직설적 평가까지도 서슴없이 등장한다. 사람에 대한 평가를 신문이 그렇게까지 기술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평소 그의 정치행보를 알리는 기록으로 보면 언론의 극찬을 이해할 만하다.

그의 의회투표 기록에는 당론에 배치되는 소신표결로 공화당과 협조한 사례도 다수 올라 있다. 특히 할리우드가 양산하는 폭력, 외설물에 대해 정면으로 공격하는 자세를 견지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종교적 도덕적 가치를 강조하는 공화당과 전적으로 같은 자세이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민주당류의 주장과 정반대 노선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종교적, 도덕적 됨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로 당이 만신창이가 돼 있을 때 그의 부도덕성을 통렬히 비판했던 경력이다.

바로 그의 이런 덕목들이 선거의 결정적 단계에서 결정적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리버만의 등장으로 공화당은 도덕성을 무기화하려던 중요한 전략의 한 축을 한순간에 상실하게 되었다. 반면 민주당의 고어는 리버만을 통해 클린턴과의 결별, 단절, 차별화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클린턴의 부통령, 민주당 정권의 2인자였던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부통령을 내세워 클린턴정부의 업(業)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음미해볼만한 대목은 이런 현상을 단순히 선거의 장(場)에 국한해서 분석할 일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미국사회가 리버만을 반긴다면 그것은 바로 도덕성의 회복을 희구하는 미국민들의 심리를 반영한다는 견해이다.

1950년대의 풍요와 번영 직후 미국사회에 일었던 도덕적 각성, 이를 배경으로 민권운동이 풍미했던 1960년대 당시를 신경제의 호황을 만끽하는 당대와 비교하는 분석도 있다.

사실 클린턴의 ‘부적절’한 행위를 충분히 알면서도 경제적 업적을 높이 쳐 줘 그에게 60%가 넘는 지지를 보내는 ‘몰(沒)도덕성’을 벗어나지 못했던 미국민들이었고 보면 이제는 미국사회 스스로가 이를 참지 못하고, 어떤 정화(淨化)나 깨우침을 필요로 하는 지도 모른다.

리버만은 미국내의 유대교인들 중에서도 소수에 속하는 ‘정통(Orthodox)’ 유대교파이다. 종교적 가치와 도덕성이 화두로 떠오르는 미국사회와 미국선거가 매우 흥미롭다.

/조재용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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