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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여인'으로 다가온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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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여인'으로 다가온 줄리엣

입력
200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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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연극뿐 아니라 영화, 발레로도 수없이 만들어졌다.이 비극적 연인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영원한 고전으로 남아있다.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은 무려 80개, 그중 유명한 버전만도 14개나 된다.

모나코 왕립 몬테카를로발레단의 예술감독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40)가 안무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가장 최근에 등장한 걸작으로 꼽힌다.

4년 전 1996년 초연된 이 작품을 국립발레단이 한국 초연한다. 9월 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나게 된다.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등장인물의 성격 해석이나 무대 연출에서 기존 작품과 크게 다르다. 줄리엣은 작고 수줍은 소녀가 아니라 스스로 사랑과 죽음을 선택하는 강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맺어주고 결국 죽음의 증인이 되는 로렌스 신부는 신과 인간의 경계를 오가며 작품의 흐름을 주도하는 신비로운 존재로 나온다.

무대 장치는 세 개의 벽, 발코니를 대신해 사선으로 걸친 널판지 하나, 침실과 무덤을 나타내는 삼각대 뿐이다.

의상 역시 매우 간결하지만, 대단히 아름답다. 치밀한 조명이 이 단순한 무대에 강렬한 효과를 빚어낸다.

그는 이 작품에 영화적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무용수는 관객을 똑바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대각선 동선으로 움직이며 좌우에서 교차함으로써 이미지의 겹침 또는 흐름 같은 효과를 자아낸다.

또 회상 장면이나 절정의 순간에는 모든 동작의 멈춤 또는 슬로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림으로 숨을 멎게 한다.

국립발레단이 이 작품을 하는 건 모험이다.

그동안 해온 고전발레와 달리 춤과 마임(몸짓 연기)의 구분 없이 끝없이 춤의 물결이 이어지고, 손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동작이 섬세한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주역뿐 아니라 군무도 각자 솔리스트급 기량을 보여야 한다.

자기 작품 관리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마이요는 몬테카를로에서 사람을 보내 국립발레단의 역량을 확인한 뒤 비로소 공연을 허락했다.

완벽한 공연을 위해 조안무자와 의상디자이너, 무대미술·조명 담당 등 6명의 스태프 외에 모든 의상과 무대세트까지 보냈다.

이번 무대의 연인은 두 쌍이다.

최근 파리오페라발레 최초의 동양인 정식단원이 된 김용걸은 그의 오랜 파트너 김지영과, 한국 남성발레의 든든한 기둥 이원국은 청순한 발레리나 김주원과 짝을 맞췄다.

각자 로미오와 로렌스 신부, 줄리엣과 줄리엣 어머니의 두 가지 역으로 매회 출연한다. 음악은 최승한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가 연주한다.

프로코피에프가 작곡한 강렬하고 아름다운 음악은 이 발레에 놀라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공연시간 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3시 30분, 7시 30분, 일 오후 3시 30분. (02)587-6181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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