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다.”1992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가 내건 선거 슬로건이다.
클린턴 후보는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에 맞서 이 슬로건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면서 멋진 역전 드라마를 연출해 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도 14일부터 열리는 전당대회부터 '경제문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재활용키로 결정했다.
고어 진영이 경제문제를 다시 꺼내든 것은 면밀한 여론분석에 따른 것이다.
고어측은 1992년 민주당 집권이후 유사이래 최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도 부시측에 밀리고 있는 이유가 클린턴 대통령의 잇단 섹스 스캔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A플러스에 가까운 민주당의 경제 학점보다 F수준인 도덕성이 유권자들에게 더 강하게 각인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고어진영은 '의회의 도덕군자’로 불리는 유대인 조지프 리버만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는 회심의 카드를 내세워 섹스 스캔들 후유증을 어느 정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여론조사결과 리버만의 등장 이후 고어가 지지율 격차를 좁혀가고 있음은 이를 잘 말해준다.
이 과정에서 유대인들이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주요 언론들이 리버만 카드의 의미를 집중 선전해준 점도 고어측의 의도가 먹혀드는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고어측은 이제 경제치적을 잘만 포장할 경우 대세장악도 가능하다고 보고있다.
민주당은 '번영과 발전’을 주제로한 개막식행사에서 클린턴을 내세워 경제호황의 실질적 주역은 고어 부통령이라고 추켜세울 예정이다.
클린턴은 이날 "집권동안 경제정책의 큰 가닥은 내가 그렸지만 구체적 기획과 집행은 고어 부통령이 도맡았다”며 모든 공치사를 고어에게 돌릴 계획이다.
고어도 17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경제의 지속발전과 미래를 위한 비전’이라는 키워드에 촛점을 맞춘다.
고어는 "우리는 그동안 2,2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고 만성적 재정적자를 극복했다”며 "이번 선거는 1980년대 후반의 불황기로 돌아가느냐, 경제번영의 21세기로 나아가느냐를 가름하는 싸움”이라고 주장할 예정이다.
1988년 대선에서 경제호황을 이룬 공화당 정권의 업적에도 불구, 부시 후보가 9월까지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에게 14% 포인트나 뒤졌었으나 결국 막판에 역전승했던 선례를 민주당은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민주당의 윌리엄 데일리 선대본부장은 12일 "부동층의 경우 막상 투표장에 들어서면 결국 경제문제를 기준으로 투표하는 게 유권자의 심리”라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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