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8·15 경축사에 담을 메시지는 ‘한반도 중심론’이다. ‘평화와 도약의 한반도 시대를 엽시다’라는 경축사의 제목이 말해주듯, 한반도 중심론은 한반도가 더이상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주변에 머물지 않고 세계의 중심이 되자는 것이다.경축사는 자칫 공허한 정치구호로 치부될 수 있는 한반도 중심론을 ‘실천 가능한 비전’이라고 규정하고 그 이유를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지식정보화 시대의 도래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다.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국가 규모, 인구 등의 양적 요소보다는 창조력, 정보력 등의 질적 요소가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우수한 자질의 한민족이 비약적인 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축사는 높은 교육열, 우수한 지적 기반, 탁월한 문화창조력, 2,000만명의 인터넷 이용자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남북 화해와 협력은 한반도 중심론의 보다 현실적인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경축사는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과 자원이 합치면 민족경제의 대도약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남북 경협이 이루어지면 남한만의 경제가 한반도 전체의 경제로 커지고, 나아가 아시아와 유럽, 태평양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경의선과 경원선을 연결, 중국 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철의 실크로드’가 생기고, 이를 통해 한반도는 대륙으로 향하는 거점, 해양으로 나가는 전진기지가 된다는 것이다.
경축사는 이 과업을 ‘역사적 소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경축사는 “100년전 19세기말 우리 민족이 내부 분열과 쇄국주의로 근대화라는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해 뒤쳐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100년전의 오류는 국권의 상실, 일제의 지배, 민족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 반세기의 대치를 초래했다는 게 경축사의 논지다. 지금 남북화해, 정보강국의 흐름을 잘 타느냐, 타지못하느냐가 민족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경축사는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추진해야할 국정 과제로 인권국가·민주국가의 구현, 4대 개혁 완수, 생산적 복지 정착, 국민대화합 실현, 민족상생의 시대 이룩 등 5가지를 제시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군사, 경제, 사회·문화공동위 구성,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직통전화 설치 및 국방장관급 회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실천과제들은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세계 중심 도약을 지향하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