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정책의 골간이 되는 ‘5+3 원칙’이 천명된 지 1년이 됐다. ‘5+3 원칙’이란 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당시 내세운 경영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핵심기업 설정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책임강화 등 ‘5대 기본과제’와 지난해 8월1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금융지배 차단 순환출자 억제 부당내부거래 근절 등 ‘3대 보완과제’다.그러나 ‘5+3 원칙’중 현재까지 가시적 결실을 낸 과제는 2개 정도일 뿐, 나머지는 아직도 기대이하란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공분야 5대 기본과제중 ‘상호지보 해소’와 ‘핵심기업 설정’분야는 비교적 성과를 거뒀다. 한계 계열사의 퇴출을 가로막았던 30대 그룹의 상호지보는 98년 21조원에 달했으나 올 3월말 모두 정리됐다. 문어발식으로 영역을 넓혀왔던 재벌들은 7개 업종 빅딜과 자산매각, 사업부문 통·폐합 등을 통해 ‘간판’업종 위주로 사업구조도 재편하고 있다.
■취약분야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결합재무제표가 사상 처음 작성됐고, 기업회계 기준 역시 대폭 강화됐지만 재벌의 경영이 투명하다고 믿는 투자자는 별로 없다.
‘재무구조 개선’의 가이드 라인이었던 단순 부채비율 200%는 달성했지만, 결합재무제표상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 조차 감당치 못하는 그룹이 16개중 9개나 될 만큼 재벌의 실질 재무구조는 취약하다. 부채비율은 낮아졌지만, 빚을 줄여서가 아니라 대부분 증자와 계열사 자금으로 충당됐다.
현대사태는 ‘지배주주·경영진 책임강화’과제를 무색케 했다. 사외이사제를 도입했고 소액주주 권한도 확대시켰지만, 재벌그룹은 여전히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는 ‘황제’와 ‘가신’들의 것임이 드러났다.
‘순환출자 억제’를 위한 총액출자한도(순자산의 25%)는 시한이 2002년3월이어서 평가하기 이르지만 30대 재벌의 해소대상 출자액이 지난해 12조원에서 올해 19조원으로 늘어났을 만큼 계열사간 순환출자는 오히려 심화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7개 중하위 그룹에서 조차 부당내부거래 규모가 4조원에 이를 만큼 악성화, 지능화하는 추세다. 또 이 과정에는 항상 금융계열사가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경제팀은 연내 기업구조개혁 완결을 장담하고 있지만 이런 상태라면 단지 새로운 제도의 나열만으로 끝나버리고 말 것”이라며 ‘5+3 원칙’ 하나 하나에 대한 철저한 감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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