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수(張明秀) 한국일보 사장 등 남한 언론사 사장단의 방북 일정이 11일 ‘남북한 언론기관들의 공동 합의문’ 발표로 사실상 마감됐다. 사장단은 특히 최칠남 노동신문 책임주필 등 북한의 고위 언론 관계자들과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불과 58일 만에 남북언론 교류 합의문에서 서명, 앞으로 보도 협력과 언론인 교류는 물론 공동 취재의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5개항으로 구성된 공동 합의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남북 언론기관들의 연락·협의 업무 창구를 일원화한 점. 남측에서는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 등 주요 언론단체들의 대표가 참여하는 ‘남북언론교류협력위원회’가, 북측에서는 ‘조선기자동맹 중앙위원회’가 맡기로 했다. 취재와 보도와 관련된 제반 연락·협의 업무를 정부 단체가 아닌 언론 단체에서 총괄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북측 언론기관 대표들이 남측 언론사 사장단의 초청으로 ‘적당한 기회에’ 서울을 방문키로 한 것도 큰 수확으로 평가받는다. 비록 방북 사장단과 동행한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 장관의 초청 발언이 있었지만, 북측이 남측 언론사 사장단의 공식 초청을 받아들인 것은 향후 언론인 교류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밖에 사장단이 12일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평양_서울간 직항로로 귀국하는 것도 민간 교류의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받는다. 남북정상회담을 제외하고 민간 차원에서 평양_서울간 직항로를 이용한 것은 처음이다. 사장단은 10일 베이징(北京)을 거쳐 평양으로 갔던 출발 과정의 불편을 감안, 직항로 이용을 북측에 요구했고 북한 당국은 남북화해와 협력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상호 주재 특파원 교환, 취재기사와 사진 교류, 공동 프로그램 제작 등 구체적인 교류 방안이 제외된 것은 아쉬운 부분. 대신 원칙적으로나마 남북한 언론인들의 접촉과 왕래,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와 신뢰를 두터이 하기로 함으로써 향후 단계적으로 구체적인 언론 교류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합의문에 서명하기까지 남북 협상위원들은 합의문 문구를 둘러싸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측은 ‘민족의 자주와 존엄을 지키는 언론활동’과 ‘남북공동성명에 대한 지지환영’이라는 문구를 포함시키자고 했으나 최총 문안에는 모두 포함되지 않았다.
방북 사장단 숙소인 평양 봉화초대소 회의실에서 모두 다섯차례 이뤄진 합의문 협상에는 남측에서 금창태 중앙일보사장(협상위원장), 이종대 국민일보 사장, 노성대 MBC 사장, 송도균 SBS 사장이, 북측에서는 김원철 조선중앙방송위원회 김원철 부위원장을 비롯한 5명의 협상위원이 참여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남북언론기관들의 공동 합의문(全文)
남측 언론사 대표단은 2000년 8월 5일부터 12일까지 평양을 방문하였다. 남과 북의 언론사들과 언론기관들은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이 조국통일 실현에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인정하고 그 이행에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하면서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첫째, 남과 북의 언론사들과 언론기관들은 민족의 단합을 이룩하고 통일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언론활동을 적극 벌여나가기로 한다.
둘째, 남과 북의 언론사들과 언론기관들은 새롭게 조성된 정세의 흐름에 맞게 민족 내부에서 대결을 피하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저해하는 비방 중상을 중지하기로 한다.
셋째, 남과 북의 언론사들과 언론기관들은 언론, 보도활동에서 서로 협력하며 접촉과 왕래, 교류를 통하여 상호이해와 신뢰를 두터이 해나가기로 한다.
넷째, 남과 북의 언론기관들의 접촉은 남측에서는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를 비롯한 주요 언론단체들의 대표가 참여하는 남북언론교류협력위원회가, 북측에서는 조선기자동맹 중앙위원회가 맡아 하기로 한다.
다섯째, 남측 언론사 대표단은 북측에서 초청한데 대한 답례로 북측 언론기관 대표단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였으며 북측은 앞으로 적당한 기회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2000년 8월 11일
남측언론사들을 대표하여 북측언론기관들을 대표하여
한국신문협회회장 로동신문 책임주필
최 학 래 최 칠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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