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살아서 평양을 다녀간 줄 아버지가 아시면 너무 놀라고 좋아서 무덤을 박차고 나오실 거예요.”8·15 이산가족 방북단 지원단에 포함돼 평양에 가는 소설가 이호철(68)씨는 여동생 영덕(58·함남 원산)씨가 보내 온 편지와 사진을 마르고 닳도록 읽고 또 보고 있다.
이씨가 동생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1·4 후퇴 때 19세 나이로 월남한 지 50년 만이다. 북에는 남동생 호열(64·평남 북창군)씨와 여동생 영덕씨가 있다. 북에 두고 온 부모와 할아버지, 위로 두 누이는 사망했다고 전해 들었다.
“만나면 제일 먼저 부모님과 할아버님 기일부터 물어볼 겁니다. 그동안 기일을 몰라서 사망일을 모르는 조상을 모시는 음력 9월9일마다 제사를 지내왔죠. 가서 성묘도 하고 동생들 집도 가보고 싶지만 어려울 것 같아요. 그렇더라도 일단 떼는 써 볼 작정입니다.”
이씨의 고향은 원산. 1994년 중국 옌볜(延邊)의 동포 소설가 김학철씨의 아들이 북한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을 통해 동생들의 소식을 전해줬다. 남동생 호열씨는 탄광에서 일하다 중풍으로 쓰러졌고 , 여동생 영덕씨는 보모로 일하고 있다. 그뒤 98년 이씨는 한 신문사의 방북 취재단에 끼여 평양을 방문했으나 동생들을 만나지는 못했다. 나중에 북한측이 여동생 내외를 평양으로 불러 찍은 사진과 여동생의 편지를 받았다.
이씨는 동생들 선물로 남녀 내복 열벌 씩, 영양제, 구충제 등 약과 팬티스타킹, 겨울용 파카를 샀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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