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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칼럼] "내 머리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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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칼럼] "내 머리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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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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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들은 맹랑하고 당돌하다. 엊그제 광주의 한 여중생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그림이 자신의 작품이라며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저작권료를 요구했다.저작권료라는 게 있는지 잘 알지 못할 법한 나이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 자신과의 원조교제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은 여중생까지 있는 세상이고 보면 이런 일은 사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청소년들은 지금 어른들을 상대로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맹랑하고 당돌하다고만 생각할 수 없는 캠페인이다. 올해 4월에 발족된 ‘인권과 교육개혁을 위한 중고등학생연합준비위원회’가 지향하는 것은 사각지대에 있는 중고교생들의 인권을 보장받고 교육법과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그 첫 걸음으로 이들은 학생 인권침해의 대표적 사례인 두발제한 철폐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학생자율생활규정에는 기초질서를 포함한 학습의 성실성을 고양하는 항목과 함께 두발 복장등의 신체적 표현의 항목이 들어 있고 최종결정권은 교장이 행사하게 돼 있다.

그 최종결정권을 학생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복장 두발등에 대한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차원이 아니라 인권탄압이라고 여기고 있다.

학생들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 어느 고교의 교사는 학생들이 개설한 두발제한반대서명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한 집단이 그에 속한 개인의 신체적 표현의 자유를 강제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강제력이 그 집단의 존립목적에 부합할 때만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종교인 군인 경찰등이 그런 사례에 속한다. 학교에서도 그와 같은 강제력을 원한다면 엄격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도록 해야만 신체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임의적 학생생활규정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학생들 중에는 두발제한이 학교와 교사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예교육의 일환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성인들은 청소년들을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빌미로 청소년의 인권을 제한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강도를 잡아 구치소에 가두려 하지는 않고 범죄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를 철창에 가두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학생들이 머리를 기르고 염색을 하면 공부를 하지 않고 불량한 양아치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잡은 현실에서 두발제한제도는 청소년들을 학교의 독점적 관리물로 보겠다는 불평등한 대우라는 점, 청소년들은 청소년보호법에 근거한 보호대상자이며 교육법에 따라 합목적적 규제가 가능한 대상이지만 두발제한은 교육의 최종목적인 학업·인성발달과 관련이 적은 불필요한 규제라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학생들은 어른들에 대해 자신들을 모범생과 양아치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과 공부 외의 다른 것을 좋아하는 학생으로 구분해 보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가위를 든 교사들에 대한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학교가 뭔데 내 머리를…”하는 반감이 커져가고 있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서는 교사들도 납득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치회를 담당한 한 학교의 교사는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한 규정을 고쳐 보도록 학급회의와 대의원회의를 통해 논의를 하게 했다.

학생들은 ‘스포츠머리에 앞머리가 3cm를 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돼 있는 것을 앞머리의 길이가 눈을 덮지 않도록 하자고 고치기로 했다. 완전자율화도 아니었다. 예상 밖으로 교사들은 동의를 해주었는데 생활지도문제를 걱정한 교장이 이 안건을 학교운영위에 회부했다. 결과는 부결이었다.

벌써 4년째 계속되는 건의사항이었는데 아이들은 또 실망만 하고 말았다. 이런 것들이 학교현장에서 고쳐져야 한다.

염색을 하든 머리를 더 길게 기르든 학생들 자신이 토론해서 결정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이고 청소년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대접하는 일이다. 청소년들은 “내 머리를 내가 자르게 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편집국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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