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벚꽃, 한여름엔 그늘을 선사합니다.’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뒷길인 ‘윤중로’가 운전자들에게 ‘낮잠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국회 뒤편 1㎞에 이르는 윤중로의 울창한 벚나무 그늘 아래에는 낮잠을 즐기는 회사원, 택시운전사 등의 차량 수십대가 일렬로 서 있다.
11일 낮 2시께 이곳에 차를 세워놓고 1시간 동안 단잠을 잔 J(33·회사원)씨는 “강바람도 시원하고 매미소리도 정겨워 차문을 모두 열어놓았다”고 말했다.
이 일대의 낮잠 피크타임은 오후 2∼3시. 영업사원이나 택시운전사, 대학생 커플 등이 많이 찾는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유난히 큰 나무 아래나 한강이 보이는 ‘명당자리’에는 어김없이 30∼50대가 서 있다.
‘잠자리’를 찾으려고 의사당 주위를 두 바퀴나 돌았다는 K(35·생활설계사)씨는 “잠시 쉬어가며 명상에 잠기는 것도 운치있지 않느냐”며 즐거워 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이 구간은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주차단속도 거의 하지 않는다”며 “도시락을 챙겨 오는 가족 단위 피서객도 많다”고 귀띔했다.
졸음을 털어내고 막 영업에 나서려던 택시운전사 S(45)씨는 “윤중로의 가로수는 봄에는 벚꽃으로, 여름에는 그늘로 시민에게 봉사한다”면서 코 앞의 의사당을 가리키며 “국회의원들도 말없이 베푸는 윤중로의 나무를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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