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과 차베스, 세계의 반미(反美) 기수들이 만났다.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0일 1991년 걸프전 이후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 사담 후세인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미국의 거듭된 반대를 무릅쓰고 후세인과 만난 차베스는 바그다드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11일 이란으로 향했다.
쿠바의 카스트로와 야구를 즐기는 등 이미 수차레 반미 외교를 펼친 차베스로서는 또 한번의 미국 때리기를 감행한 셈이고, 유엔 제재로 10년동안이나 고립무원이었던 후세인으로서는 뜻밖의 원군을 얻은 것이다.
차베스는 이라크에 들어서자 마자 기자들에게 "우리는 존엄성을 갖고 있으며, 베네수엘라는 주권 국가”라고 말해 미국의 반대를 일축했다.
후세인은 바그다드에서 190㎞ 떨어진 국경도시까지 타하 야신 라마단 부통령을 보내 차베스를 맞는 등 극진하게 환영했다.
차베스의 이라크 방문 목적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단결을 강화,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고 고유가를 유지하려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것이다.
차베스는 후세인을 9월27일 카라카스에서 열리는 OPEC 정상회담에 초청하겠다고 했으나 신변안전을 위해 바그다드를 떠나지 않는 후세인이 이를 수락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라크와 베네수엘라는 석유외에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없지만 후세인과 차베스는 반미 지도자로서의 유대감을 한껏 과시했다.
이라크 정부기관지 알 카시디야는 '차베스 대통령의 용기있는 이라크 방문’을 극찬하는 기사로 1면의 절반을 채웠다.
후세인은 차베스를 승용차에 태우고 자신이 직접 운전해 바그다드 시내 구경을 시켰다.
차베스는 "후세인 대통령이 OPEC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충분히 이해하는 현명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추켜세웠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왜 이웃나라를 침공한 독재자의 위신을 세워주려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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