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 김정태행장-제일은 호리에행장‘연봉 12원(월 1원)’은행장과 ‘연봉 30억원’은행장 중 누가 더 경영능력이 뛰어날까?
임기 2년째를 맞은 김정태(金正泰) 주택은행장이 받는 급여는 월 1원. 1년 내내 받아야 12원에 불과하다. 반면 올 1월 취임한 월프레드 호리에 제일은행장의 연봉은 3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주택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752억원으로 전국 17개 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제일은행은 1,427억원으로 3위였다. 은행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총자산 당기순이익률(ROA)도 주택은행이 1.45%(1위), 제일은행은 1.0%(3위)로 집계됐다.
상반기 동안 주택은행의 총수신 증가액은 무려 8조4,000억원. 제일은행은 1,172억원으로 비교 자체가 무색한 상황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실적만 보면 김정태 행장이 일단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주택은행 주가=김행장 주가?
김행장의 경우 한국의 간판급 은행장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개각을 앞두고 김행장의 입각설이 나돌자 주택은행 주가가 폭락했다가 ‘입각 거부’발표가 나오자 회복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모 은행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어떤 은행장(호리에 행장)은 국내 전 은행장들의 1년 봉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데도 별로 하는 일이 없고, 어떤 은행장(김행장)은 월급을 1원씩 받고도 연봉을 100억원 받을 만한 일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행장의 월급 1원은 상징에 불과하다. 취임할 때 ‘월급 1원, 스톡옵션 30만주’로 계약했기 때문에 앞으로 주택은행 주가 향배에 따라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계약 당시 주택은행의 주가는 주당 3,000원선. 당시 금융계 인사들은 “김행장이 미쳤다”며 머리를 내저었다. 그러나 그는 독특한 경영스타일로 주택은행을 초우량은행으로 도약시키고, 주가를 끌어올려 막대한 ‘성과급’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김행장은 현재 주가(2만4,000원선)를 기준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60억원 이상을 거머쥐게 된다.
■ 호리에행장 "승부는 지금부터"
제일은행측은 “호리에 행장은 지금까지는 내부 조직정비에 몰두했다. 이제부터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의 한 측근은 “호리에행장 봉급이 많다는 의견들이 많으나 미국 최대 금융회사인 어소시에이츠캐피털에서 받던 급여 수준”이라며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세븐 투 일레븐) 뛰는 그의 능력과 열정은 미국 금융계에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호리에 행장은 최근 각 영업점을 소매·기업 중심으로 특화하고 ‘은행 수퍼마켓화’를 선언하는 등 본격적인‘호리에식 경영’에 돌입했다. 7월 한달동안 제일은행의 정기예금 수신고가 1조원이 증가한 것도 호리에식 경영이 열매를 맺기 시작한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두 은행장에 대해 “기업금융은 외면한 채 소매 금융에만 주력한다면 그 정도 이익을 못낼 은행장이 어디 있느냐”는 비판도 있다.
분명한 것은 두 은행장 모두 주변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부지런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공격형 CEO’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토종 대포’(김 행장)와 ‘수입 캐논’(호리에 행장)에 비유되는 두 은행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펼칠지 주목되고 있다. /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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