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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지구당 유급직원 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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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지구당 유급직원 둬야 하나

입력
2000.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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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야가 지구당에 유급직원을 둘 수 있도록 정당법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여야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장인 지구당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유급직원을 두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단체 등은 돈안드는 정치와 당원의 자발적 참여를 지향하는 정치개혁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찬성

/신기남·새천년민주당 의원

2월 여야는 정당법, 국회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을 정치개혁 차원에서 개정했다. 특히 정당법 개정을 통해 중앙당은 150인 이내, 당지부는 5인 이내로 유급직원수를 제한했다.

이는 중앙당의 비대화를 막고 돈 안쓰는 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권 전체 의지의 발현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중앙당과 시도지부가 아닌 지구당에 유급직원을 둘 수 있느냐로 이전되어 논쟁이 되고있다.

왜냐하면 현 정당법에 지구당 유급직원에 대한 규정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법에 유급직원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유급직원을 둘 수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지구당의 유급직원 문제를 보다 심도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당이 우리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지구당은 지역주민의 의견 및 여론수렴, 당원의 입탈당 등 당적관리, 중앙당과의 업무연락 등을 수행하며 지구당위원장과 당원 및 지역주민을 연결시키는 수단이자 공간이다. 또 하향식 정당 운영이 아닌 상향식, 민주적 정당운영을 위해서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바로 생활정치, 풀뿌리 민주주의의 출발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구당 존폐문제가 논의될 때 지구당을 존치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정당법에 이를 반영하여 정당은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총수의 10분의1 이상에 해당하는 지구당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볼 때 유급직원을 둘 수 없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과도하며 현실을 무시한 해석이다. 지구당 유지를 위해서는 유급직원을 둘 수 밖에 없는데, 법으로 금지하면 탈법이 기승을 부릴 것은 명약관화하다.

경실련에서 15대국회에 제출한 정당법 개정청원에서 지구당에 2인이내의 유급직원을 둘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아 시민단체에서도 지구당의 유급직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여건상 지구당 상근직원을 자원봉사자만으로 운영할 수 없다.

돈 안쓰는 효율적인 정치를 위해 정치권이 노력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도 생활정치의 근본인 지구당은 활성화되어야 하고 유급직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당법 재개정 과정에서 유급직원의 수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 반대

/박상병·한국정당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

2월 새로 개정된 정당법은 미흡하지만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정당의 유급직원수 제한’을 규정한 30조의 2는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우리 정치권의 고질적인 병폐를 조금이라도 치유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정당의 유급직원 수를 줄인 것은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이뤄졌으며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결연한 의지의 산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 이 새 정당법 시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지구당에 유급직원을 둬야 한다며 재개정 논의가 나오는 것은 국회파행 속에 또 한번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정말로 할 일은 뒤로 미룬 채, 서로 이익이 합치하는 부분에서는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정치권 이기주의’의 단적인 표현이다. 지구당 유급직원에 대해서는 세가지 이유에서 반대한다.

첫째, 정치권이 합의처리한 법률은 정치권 스스로가 먼저 그 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권의 이익과 결부된 내용일수록 법 개정에 신중해야 하고 여론동향에도 더욱 민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을 우습게 아는 ‘법치의 붕괴’를 정치권이 앞장서서 조장하고, 자신들의 이익이 걸려있으면 마음대로 법을 바꾼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지구당에 유급직원을 두는 것은 정치개혁 취지에도 어긋난다. 정치개혁중 정당개혁의 핵심은 ‘조직은 줄이고 기능은 강화’하는 것이며, 그 관건은 중앙당의 독점적 권한과 기능을 지구당으로 대폭 이양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당 기능은 그대로 둔 채 지구당에 유급직원을 두면 결국 ‘조직의 확대’이며 중앙당에 대한 지구당의 종속심화를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엄청난 지구당 운영비는 고비용 정치를 부추기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

셋째, 현실적으로 지구당 위원장은 대부분 독점적 위치에 있어 당원의 확보나 정당의 민주성 같은 대의가 훼손되고 있다. 따라서 지구당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유급직원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지구당에 유급직원이 존재한다면 위원장의 권한은 더 막강해지고, 대신 당원, 지지자, 자원봉사자들의 자리는 그만큼 협소해지기 때문이다.

■각국의 정당구조

정당구조는 미국과 유럽식으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은 중앙당만 있고 지구당은 없는 반면 유럽의 경우 중앙당과 지구당이 함께 존재한다. 2월 개정된 우리나라 정당법은 외형상 유럽식을 따르고 있다.

미국은 민주당, 공화당 등 중앙당이 존재하지만 총재, 대표위원 등 당직이 없으며 대통령 후보가 총재역할을 할 뿐이다. 지구당은 없으며, 후원회원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상하원 의원의 개인 사무실이 있다. 이것도 선거에 임박해서 만들어지는 임시 조직이다. 따라서 유급 직원은 없으며 열성 후원회원이 자원봉사를 한다.

유럽은 각 지구당의 당원들이 뽑은 지구당 위원장을 중앙당에서 승인하며, 당원이 무급으로 지구당 상근 직원을 겸한다.

정당정치 역사가 100여년 이상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는 매달 회비를 내고 당원증을 받는 ‘진성(眞性)’당원이 40만~50만여명에 달하며 이들의 회비로 지구당이 운영된다. 다만 지구당 사무실은 중앙당이 제공한다. 대개 지구당 직원은 은퇴한 노인들이 맡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얼개는 유럽식이지만 지구당 운영비가 당원들의 회비가 아닌 중앙당의 지원, 즉 대부분 국고보조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중앙당이 지원하는 지구당 유급직원이 논란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국대 황태연 교수(정치학)는 “우리나라 정당은 일반당원의 힘으로 운영되는 대중정당이 아닌 보스위주의 명사정당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향란기자

ranh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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