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면재폐업을 강행하려는 의료계에 대해 과감한 ‘당근’을 던졌다. 그러나 의료계는 “우리의 요구는 그게 아니다”라며 고개를 젓고 있다.정부는 9일 밤 의약분업관련 관계장관 회의에서 의료보험 수가(酬價) 2년내 현실화 등 의료계 재폐업 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10일 세부적인 후속대책을 마련했다. 당장 내달부터 처방료 및 재진료를 크게 올리고 2002년 1월에는 원가의 100% 수준으로 의보수가를 현실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또 국·공립병원 전공의 보수를 내달부터 15% 인상하고 주 80시간에 육박하는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금명 가동할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의과대학 정원을 2002년까지 금년 대비 10% 감축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정부로서는 (의료계에) 줄 건 다 줬다”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마련한 보건의료발전대책을 의료계에 전달하고 전면 재폐업 돌입을 저지하기 위한 막바지 협의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부터 의협 집행부와 전공의 및 전임의, 대학교수 등과의 연쇄접촉에 나서 대책 내용을 설명하고 설득을 벌인다는 예정이다. 앞서 오전에는 당정협의를 갖고 예산 뒷받침 등 대책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에 대해 의료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우선 의료계는 정부가 ‘돈’으로 사태를 봉합하려는 태도에 대해 못마땅해하고 있다.
주수호(朱秀虎)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회 대변인은 “의사들이 수가인상을 원하는것이 아닌데도 정부는 돈 문제만 거론하고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재폐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의협은 수가인상에 앞서 개정 약사법중 약사의 임의 및 대체조제를 완전 근절시킬 특단의 대책과 구속자 석방, 수배자 해제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폐업투쟁을 주도하고있는 의쟁투는 이날 오후4시 중앙위원회를 열어 의협 상임이사회의 결정과 관계없이 1일부터 벌이고있는 동네의원 폐업의 강도를 더욱 높이기로 해 ‘2차 의료대란’이 현실로 굳어져가는 분위기다. 전공의들도 이날 대책이 의약분업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결론짓고 파업을 계속키로 했다.
설상가상으로 시민단체도 “사회적 합의 없이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지우려 한다”며 비난하고 나서 정부를 맥빠지게 하고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대형병원과 동네병원의 동시다발적 진료마비, 그리고 이에따른 온 국민의 고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협 집행부 일부는 이날 대책이 정부의 마지막 카드임을 인식하고 있고, 더이상의 강경투쟁을 부담으로 느끼고 있어 정부의 막후협상력이 마지막 시험대에 오르고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의약분업 관련 정부案 주요내용
10일 정부가 제시한 의·약분업 관련 대책은 원외처방료 63%이상 대폭 인상 등 의료계가 요구해온 진료권확보 보다는 ‘처우개선’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약사법 하위법령= 시·군·구별 의약품선정소위원회는 의사와 약사만으로 구성하고 상용의약품 선정은 의사가 제출한 목록을 토대로 한다. 대체조제때는 처방전의 조제기록란에 기록후 의사에게 서면(팩시밀리 e-메일 포함) 통보한다.
의료기관 적자 해소= 2조2,000억원을 추가 투입, 원가의 80% 수준인 현행 의료보험 수가를 2001년 90%, 2002년 100% 현실화한다. 9월부터 재진료를 4,300원에서 5,300원으로 23%, 원외처방료를 하루 1,736원에서 2,829원으로 63%, 주사제 처방료를 2,001원에서 2,921원으로 23% 인상한다.
전공의 처우 개선= 9월부터 국·공립병원 전공의 보수가 15% 인상된다. 2001년부터 수련병원에 대한 의료보험수가 가산제를 도입, 이 재원으로 전공의 처우와 수련환경을 개선한다.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가 근무여건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의대 정원 감축= 2002년까지 의대 정원이 올해 대비 10%가 감축되고 향후 이 수준에서 동결한다.
기타= 의료기관 및 약국의 수지변화를 분석해 약사법 관련법령을 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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