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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의 와히드 '교묘한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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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의 와히드 '교묘한 줄타기'

입력
2000.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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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히드 몰락의 신호탄인가, 절묘한 타개책인가.압두라흐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9일 반대파의 압력으로 외교를 제외한 일상적인 국정운영권을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에게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책임제 국가에서 외교는 대통령이, 내치는 부통령이 담당하는 이원집정부제와도 유사한 형태의 '권력분점’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와히드로서는 지난해 10월 32년간 지속된 수하르토 독재정권을 청산하고 첫 정권교체 대통령으로 당선된지 10개월만에 가장 큰 정치적 위기에 몰린 셈이다.

와히드의 실정을 비판하며 탄핵소추까지 위협했던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 등 국민협의회(MPR)내 반대파들은 "이번 권한 위임으로 국정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길 바란다”며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와히드는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것일까. 현지 정치분석가들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권력분점 카드가 제1당인 메가와티 부통령의 인도네시아민주투쟁당(PDIP), 제2당인 탄중 국회의장의 골카르당 등 다수당의 공격으로 마지막 궁지에 몰리는 것을 피하는 타개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제3당인 국민각성당(PHB)을 기반으로 하는 와히드는 이로써 제1당의 지지를 계속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와히드가 어느 만큼의 권한을 메가와티에게 주는가에 있다. 와히드는 8일 발표문에서 "권한 위임은 대통령제에 관한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부통령이 정기적으로 업무추진상황을 보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와히드가 정말 대통령의 권력을 분점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경제침체 등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비난만을 공유하려는 것인지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권한 위임의 구체적 범위를 둘러싸고 와히드와 메가와티, 탄중 진영간에 치열한 줄다리기가 국민협의회가 페막되는 내주 말까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와히드가 정부조직을 축소, 곧 단행하겠다고 밝힌 개각 내용을 보고 나야 권력 분점의 실효 여부를 알 수 있다.

메가와티에게 상당한 권력이 이양된다 해도 인도네시아 정국이 안정될 지는 미지수이다.

인도네시아 국부 수카르노의 딸이라는 명망으로 대중적 인기는 누리고 있지만 그 역시 국정수행 능력은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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