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증시가 폭등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현대사태 조기처리를 경제팀에 지시하자 9일 주식시장은 700선을 단숨에 뛰어넘는 등 폭등세를 나타냈다.김 대통령의 현대 사태에 대한 언급은 증시에 대형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정부가 현대사태라는 악재의 제거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는 자구안의 해법을 만드느라 초긴장 상태다.
국정최고지도자가 정부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무회의 석상에서 특정 민간기업의 현안을 공식 언급한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김 대통령의 특정 민간기업에 대한 언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우그룹 구조조정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국무회의 에서 “이는 중대한 사태로 본다.
12월까지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않을 경우 채권자인 은행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 직후 대우구조조정 문제는 급물살을 탔고 결국 8월 중순 채권단은 대우증권과 서울투신운용 등 금융 계열사를 매각키로 하는 등 구조조정 방안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김 대통령은 또 지난해 4월 대한항공 화물기의 중국 상하이(上海)공중 폭발사고 직후 국무회의에서 대한항공에 대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주문했다.
결국 조중훈(趙重勳)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는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겼고 조 회장 3부자가 검찰에 고발되는 사태까지 빚었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특정 민간기업의 현안에 대해서까지 언급하는 것은 모양이 안좋아 보이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할 때 시의적절했다”며 “앞으로는 대통령이 이같은 언급을 하지 않도록 경제팀과 채권단, 해당그룹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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