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제조업체 4곳 중 1곳은 영업활동으로 금융비용(이자)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건설 등 현대 6개 계열사를 포함, 4대그룹 8개 업체도 이에 포함되는 것으로 조사됐다.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999년중 제조업의 현금흐름 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자산 규모 70억원 이상) 제조업체 3,703개 중 24.8%인 918개 업체가 ‘금융비용 보상비율’이 100%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비용 보상비율이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수입으로 금융비용을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비율로 100%를 넘으면 충당이 가능하고 못미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금융비용 보상비율이 0%에도 못미쳐 금융비용 충당은 커녕 오히려 현금손실만 본 업체도 13.3%에 달했다.
기업 규모별로 금융비용 보상비율이 100%에 못미치는 업체 비중을 살펴보면 1~4대 그룹 16.3%(현대 6개사를 포함한 8개 업체) 5~30대 그룹(기업개선작업 대상 제외) 23.6%(21개 업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 그룹 42.8%(6개 업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따라 만성적인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때는 과감히 퇴출시켜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은 정정호(鄭政鎬)경제통계국장은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비용 지급능력이 취약한 이들 업체를 중심으로 기업구조조정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며 “특히 만성적으로 금융비용 보상비율이 100%에 못미치는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사대상 업체들은 지난해 조달한 현금 중 차입금 상환에는 51.1%만 사용하고 유형자산 투자에 26.3%, 유가증권 투자에 14.1%를 사용, 차입금을 줄이는데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 등 계열사간 출자에 적극 나선 결과 유가증권 투자비율(25.4%)이 유형자산 투자비율(23.2%)보다도 높았다. 이에따라 지난해 ‘금융비용 부담률’(매출액에서 금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업체 평균 7.1%로 미국(2.0%) 일본(0.9%)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차이나는 것은 물론 외환위기 이전인 95~97년 평균(6.2%)보다도 높았다.
정 국장은 “지난해 차입금을 적극 상환할 수 있었는데도 기업들이 유가증권 투자 등에 나서면서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지 않았다”며 “올들어서는 차입금 규모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