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개각에서 정치인이 배제됐다고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11명의 입각 인사중 정치인 출신은 5명으로 의외로 많다. 송 자 한갑수 신국환 노무현 장영철씨 등은 엄연히 ‘전업 정치인’이거나, 정치 물을 먹은 사람들이다.■ 아마도 현역의원이 제외됐음을 강조하기 위해 누군가 이런 말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치인이냐 아니냐를 현역 여부로 구분짓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정치인 출신이냐 아니냐는 실제로 정당판에 발을 디뎠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특정한 직업 없이, 그렇다고 집에서 애보기는 싫고, 이런 저런 이유로 오랜 기간 정치권에 얼쩡거린 사람들도 정치인으로 불리기는 한다. 실상은 이런 사람들이 쉽게 의원배지를 달고, 정권교체 때 그럴싸한 자리를 먼저 챙긴다. 우스운 정치풍토다.
■ 입각한 사람중 노무현 장영철 신국환씨는 지역구 의원, 또는 정당의 지구당위원장을 맡은 이른바 ‘전업 정치인’이다. 한갑수씨는 정치판과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10대 때 나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한 뒤 공화당에 입당했고, 그뒤 민정당_민자당에서 지구당위원장(동작갑)과 정책위부의장 등을 맡았다.
JP의 천거로 농림장관이 된 것도 이런 정치판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 자씨도 정치인 출신이다. 그는 얼마 전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창당에 적극 참여했던 사람이다.
■ 정치인이 행정의 책임자 자리에 앉는 것이 딱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권력구조가 내각제라면 당연히 장관자리에 국회의원이 앉는 것이 상례다.
정치적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사실상의 행정통할은 관료출신인 사무차관이 맡는다. 대통령제 하에서 장관자리는 비정치적 자리다. 행정경험이 있고 업무에 밝은 사람이 앉는 것이 좋다. 얼마 전까지 정치인을 입각시킨다는 것은 일을 맡긴다는 것 보다 보상(報償)의 의미가 더 컸다.
정권을 위해 고생했으니까, 총알받이를 했으니까, 우리 편으로 왔으니까 등의 나름의 배경이 있었다. 이번에 입각한 사람들은 설마 그런 배경은 없으리라고 본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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