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책 보는 걸 좋아해 한글을 읽을 줄 알지만 한국말 솜씨는 제가 훨씬 낫죠.”한국에서 활동중인 이탈리아인 예술가 형제가 차례로 무대에 선다.
형 안토니오 파텔라(36·서울발레시어터 음악감독)는 11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해피 클래식’무대에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 한국에서 피아니스트로 데뷔한다.
동생 로돌포(29·서울 발레시어터 전속 무용수)는 25~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열리는 서울발레시어터의 창립 5주년 기념공연 ‘댄스 뮤지컬 2000 Being’에 주역 무용수로 출연한다.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도시 카스탈레네타 출신인 두 형제가 한국서 살아 온 기간은 합쳐서 11년. 먼저 자리를 잡은 이는 동생이다.
토리노댄스아카데미에서 발레를 전공한 그는 유럽을 순회공연한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디션을 통과해
1990년 한국에 왔다. 96년에는 객원으로 국립무용단의 창작무용 '오셀로’에 이아고역으로 출연, 한국 국립무용단 공연에 출연한 최초의 외국인 무용수가 됐다.
98, 99년 미국 애틀랜타발레단에 잠깐 머문 것을 제외하고는 줄곳 한국에서 보내고 있다.
형 안토니오는 동생의 권유로 한국에 왔다. 이탈리아 국내 대회에서 피아노부문 4등에 입상하기도 했던 그는 볼로냐대에서 음악예술학을 전공하며 음악감독으로 변신했다.
"동생이 한국의 음악수준이 높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할 때는 반신반의했죠. "97년 5월부터 서울발레시어터의 음악감독으로 지낸 결과 안토니오는 “요즘은 한국사람들과 있으면 고향에 온듯하다”고 할 정도로 한국에 푹 빠졌다.
두 형제는 이탈리아와 한국 사람들이 가족을 중시하고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진 것이 닮았다고 평가한다.
매일 저녁이면 10분 거리인 서로의 집에 모여 함께 스파게티를 요리하고 '순풍산부인과’를 보며 낄낄댄다는 형제는 "우리는 형제이기 전에 한국을 사랑하는 가장 친한 친구”라며 한국무대에 함께 설 날을 손꼽고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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