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차기 대권에 대한 언급은 ‘뜨거운 감자’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이번 전당대회는 대권이나 당권과는 관계가 없다”며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경선에 뛰어든 자천 타천의 대권주자들중 공개적으로 자기자신을 차기 대권 후보로 내세우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8일 공식 출마선언을 한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도 대권 후보임을 부각시키는 직접적인 발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물밑에선 차기 문제를 둘러싸고 각 후보들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또 ‘포스트 DJ’구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의원들에 대한 호소력을 높일 목적으로 실제 선거운동에선 여기 저기서 대권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한화갑(韓和甲) 지도위원이 자신의 과거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차기 대권후보에서 호남인사 배제는 역차별’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가 집중 공격을 받은 것은 한 사례에 불과하다.
한위원은 이후 측근들에 철저한 입단속을 시키고 있지만 선거참모들로부터는 “한위원을 킹 메이커로만 보지 말아달라”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직접 대권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인제 고문측에선 특정 후보진영에서 영남지역의 반감을 들어 ‘이인제 불가론’을 유포시키고 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근태(金槿泰) 지도위원측의 경우는 차기는 민주정통세력이 이어가야 한다면서 “이제까지는 노력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대권후보를 향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박상천(朴相千) 의원측은 “주장한다고 대권후보가 되느냐”며 타 후보들을 겨냥하면서도 “박의원만큼 검증받은 인사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중권(金重權) 지도위원측은 “다음 대선에서 영남지역이 중요한 만큼 김위원의 지도적 역할도 중요해 질 것”이라며 은근히 차기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정대철(鄭大哲) 의원의 경우는 특이하다. 지난 97년 김대통령과 대선후보 경쟁을 벌였던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한 듯 “대권 얘기를 하면 표가 떨어진다”고 말하지만 행보는 그렇지 않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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