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달려 부르는 값만 높아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그러나 지역과 아파트, 평형에 따라 사정이 달라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하는 점이 있다. 특히 전세가가 오를 만큼 올랐는데도 매매는 뜸해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를 끌어 올리는 종전의 패턴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전세 매물이 없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전세난은 이미 작년에 시작돼 올 봄에 극에 달했다. 그런데 최근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다시 전세 품귀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중소형 아파트는 물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는 계절적 수요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중소형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건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중 수도권의 전세가는 평균 0.5% 올라 매매가 0.2% 보다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평촌은 한 달 동안 전세가가 무려 4.7% 올라 평균 보다 9배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매매가는 0.2% 하락했다. 안양도 전세가는 2.7% 올랐으나 매매가는 0.9% 상승에 그쳤다.
문제는 가격상승 보다 물량부족이다. 21세기컨설팅 한광호과장은 “20~30평형대 중소형 아파트는 전세물건이 없어 수요자가 중개업소마다 5~10명씩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대형 평형은 아직 매물이 여유가 있는 편. 그동안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데다, 전세수요가 중소형 평형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 월세가 늘고 있다
시중 금리가 한자리수에 머무르자 집주인들이 전세 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월세로 전환, 전세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월세를 놓으면 월 1.5~2%(연 18~24%)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전세 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반대로 세입자는 그만큼 불리한 셈이지만 몫돈이 없는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계약을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대학가 주변이나 10~20평짜리 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전세보다 월세를 더 쉽게 구할 수 있다.
■ 왜 이런가
우선 수급 불균형이 가장 큰 문제다. 98년 소형아파트 건축의무비율 폐지 이후 중소형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었다. 전용면적 18평 이하 주택 공급은 95년 11만9,700세대에서 작년에는 4만1,900세대로, 올 상반기에는 1만6,558세대로 감소했다.
최근 아파트 재건축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안양, 평촌 등 일부 지역의 전세가 급등은 올 하반기 6,700여 세대에 이르는 안양지역 재건축의 여파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도시계획조례안 개정으로 강화된 용적률을 피하기 위해 재건축 일정을 앞당기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며 “올해 보다 내년에 전세난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전세난을 일시적 애로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건교부 최연충 주택정책과장은 “해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수요가 증가하는데다, 98년 외환위기 때 낮은 가격에 체결한 전세계약이 만기가 몰려 있기 때문”이라며 “하반기 입주물량과 미분양 재고가 충분해 수요 증가분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도권의 주택건설 물량은 9만3,823세대로 작년 보다 36.7% 늘어났다. 특히 서울은 다세대·단독주택 공급이 561% 늘어나는 등 주택건설이 67.4% 증가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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