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개각으로 부총리를 포함, 장관급에 임명된 11명의 인사는 참신성이라는 측면에선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 대부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평가다. 이런 점에서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이번 기회에 참신한 인물을 내각에 접목했다면 국정의 면모일신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효과를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너개 부처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랫돌 빼내 윗돌에 채워넣은 형국으로 개각을 마무리했다는 혹평도 있다.
이번에도 DJ의 평소 인사스타일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자민련 몫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른바 ‘DJ 노트’에 올라있는 사람들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8·7개각을 통해 집권후반기의 국정을 안정 위주로 이끌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개각의 초점이 개혁의 완수에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국정의 무게중심이 개혁보다 안정쪽에 있는 듯하다. 주목할 대목이다. 8·7개각의 인적 구성은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이번 개각에서부터 내각을 팀으로 쪼개 놓고 이를 토대로 인사를 한 것은 이채롭다. 김대통령의 새로운 ‘국정실험’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정을 팀플레이 형식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뜻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는데, 이런 팀 플레이가 과연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팀 플레이의 성공여부는 구성원의 능력보다 리더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팀의 진 념 재경장관과 인력자원팀의 송 자 교육장관은 물론, 외교안보팀의 임동원 국정원장 등이 과연 그럴만한 역량이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기능상 남북한간 협상의 파트너였던 사람이 국정원장직을 수행해도 무방한가 등의 논란이 있었음을 지적해 둔다.
청와대는 공개적으로 신임 한갑수 농림과 신국환 산자부장관이 자민련 몫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각에서도 이런 식으로 정파간 안배, 나눠먹기식 인사가 있었음은 유감스런 일이다.
공동여당의 모양새에 신경을 쓰는 것은 정권관리적 측면에선 득이 있을지 모르나, 국정의 효율적 관리라는 측면에선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이미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차제에 이한동 국무총리는 자민련 총재직을 그만두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국회 원내교섭단체도 되지 않는 소수 정파의 총재가 행정부의 수장직을 겸임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이번 개각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러나 신임 내각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높다. 신임 내각은 우선 사회 구석구석 팽배해 있는 갈등의 증폭현상을 잠재우는데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