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융합과 변이 '현기증나는 퓨전'‘바로크(baroque)’란 말에는 ‘경계의 모호함, 유동성, 역동성’의 의미가 담겨있다.
바로크 시대 예술의 귀족적 화려함의 색채를 제하고 나면 ‘바로크’는 즉, 포스트모던한 현대 예술의 한 특징인 셈이다. 이것이 현대 예술의 상황을 ‘신바로크 시대’ 라고 부르는 맥락이기도 하다.
장르의 융합과 변이를 통한 예술 규범에 대한 도전. 최근 늘어나는 이런 예술의 추세에 발맞춘 색깔있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모은다.
7~24일 서울 청담동 갤러리 퓨전에서 열리는 ‘메종 바로크(maison baroque·바로크의 집)’전.
참가 예술가의 면면만 살펴보더라도 현기증 나는 ‘퓨전(융합)’이다.
무대연출가 소정희, 판화가 신현정, 건축가 김나영, 애니메이터 곽인호, 무용가 김윤정, 바이올리스트 김영준, 첼리스트 김은현, 배우 배은경 등 8명. 이들이 물질과 정신의 대립이라는 모더니즘적 질서에서 갈등하고, 솟구치고, 비집고 나오는 ‘유동하는 힘’을 표현한다.
이들이 꾸민 전시장을 들여다보자. 1층은 ‘물질의 공간’. 김나영은 사각형을 주 테마로 삼아, 합판으로 만든 사각형 상자들로 공간을 구획했다.
“모더니즘의 대표적 시각적 형상인 사각형을 통해 물질적 기계문명의 획일성을 상징하고자 했다”는 김나영. 사각의 상자 안에서 바이올린 연주와 배우와 무용가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상자 속에 고립된 소리와 몸짓. 서늘한 느낌마저 드는 이 공간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인체의 비대함을 표현한 신현정의 대형 판화 프린트 3점이 단서를 준다.
외형적 비대함 밑에 숨은 충족되지 않는 욕망의 빈 터. 이 괴리와 갈등이 이 곳의 테마인 셈이다.
2층은 ‘정신의 공간’. 길고 빽빽하게 늘어뜨려진 실의 숲 사이로 대각선의 길이 나있고, 그 교차점에서 애니메이션 ‘워킹맨’이 상영된다.
천장에 영사기가 설치돼, 쇠그릇에 담긴 물에 투영된다. 2층 옥외공간은 ‘일상의 공간’으로 소정희가 가지각색의 천들로 시간이 정지한 듯한 공간을 연출했다.
큐레이터 장순화씨는 “각 장르에서 인정받는 예술가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표현 욕구와 장르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내면서 현대문명의 한 단면을 관통하는 실험적 시도”라고 말했다.
전시기간 공연은 매주 수·금·토 오후 7시와 일요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