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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변신'/아주 특별한 변신

입력
2000.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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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노다지’를 꿈꾸며 카지노 호텔 건립 공사 열기로 들뜬 강원도 정선 폐광촌. 아직은 ‘버려진 도시’와 다름 없는 이곳에서 젊은 미술가들이 대규모 미술전을 열고 있다.5일 개막, 13일까지 강원도 정선군 고한리 ㈜삼탄 구 사택 부지에서 열리게 될 탄광촌 미술관은 21세기 청년 작가회원이 주축이 돼 펼치고 있는 일종의 대안공간 전시회다.

21세기 청년 작가회는 홍익대 미술대 출신이 주축이 돼 만든 젊은 작가들의 모임으로 지금은 계원예술대, 추계예술대, 상명대, 성신여대 출신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곳 탄광촌은 올해 말 카지노 건설을 위해 철거됩니다.

모든 흔적이 사라지기 전, 탄광이 지니고 있는 역사와 광원들의 삶과 애환을 미술의 시각으로 재해석 해보고 싶었어요. ”(큐레이터 임대식씨)

한참 흥청되던 시절, 3만 명을 웃돌던 인구는 현재 겨우 3,000여 명. 수십명의 20~30대 젊은 작가들이 전시회를 열기 위해 떼거리로 몰려들자 주민들은 도대체 무엇하는 것이냐며 탐탁치 않은 눈초리로 이들을 지켜봤다.

“처음엔 폐허 속에 일구어놓은 텃밭이 망가질까봐 귀찮아하던 표정이 역력하더군요. 하지만 진지하게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주민들도 동화되더군요.”(전시기획자 오영삼씨)

구 삼탄사택촌, 지붕은 내려앉고 벽에는 금이 가는 등 흉물스럽게 남아있는 170개 동 가운데 60개 동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전시회의 주제는 ‘황금·박쥐·표류기’. 광원들의 꿈을 의미하는 황금, 배신을 뜻하는 박쥐,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는 표류기라는 세 단어를 모아 만든 명칭이다.

김해곤, 최문수, 이종근 등 작가 1인이 1개 사옥을 이용해 개인전을 열기도 하고, ‘Here & Now’ ‘동발지기’ ‘태백활동’ 등 그룹전을 펼치기도 한다.

국내 작가 외에 일본 작가 15명도 참가했다. 회화, 판화, 사진, 조각, 설치, 공예, 컴퓨터, 디자인, 비디오 등 미술 전 분야를 망라했다.

또 폐허가 된 구사옥 주변에는 400점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158명(외국작가 68명 포함)의 작가가 제작한 깃발미술 작품으로, 아르헨티나, 중국, 일본 등 외국 작가들도 참여했다. 또 전시기간 중 건물 4개동을 빌려 지역 청소년들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고한 청소년 미술제’도 함께 개최한다.

“기존 미술관이 일부 소수계층만을 위한 규격화한 것이라면 탄광촌 미술관은 대안 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고 관객이 직접 새롭게 만들어가는 ‘열린 미술관’이죠. ” 임대식씨는 공식적인 전시회는 8월 중순 끝나지만, 전시 작품들은 철거되는 순간까지 그대로 남겨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겨울 이 판자촌들이 철거될 때, 건물이 무너지는 현장 기록을 비디오에 담아 또다른 작품으로 만들 계획이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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