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현대쇼크’로 숨을 죽이고 있다.현대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전방위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달해있고, 결합재무제표상 부채가 높은 그룹에 대한 금융 제재와 4대그룹 부당내부거래조사, 기업 지배구조 개선 권고안 등 메가톤급 재벌개혁카드가 잇따라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그룹들은 정부가 현대에 요구하고 있는 오너 지분 정리및 퇴진, 전문경영인체제로의 전환 등과 같은 재벌심장부를 겨냥한 칼날이 내려치는 것에 대해 남의 일이 아니라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재계는 이같은 정부와의 한냉전선에 대응, 알짜 부동산및 비주력사 매각및 신규 투자 동결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LG가 트윈타워및 강남사옥을 팔아 1조원을 조달키로 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재벌들이 긴장하는 것은 지금은 현대사태에 가려져 있지만 그룹마다 개혁의 칼을 맞을 수 있는 ‘아킬레스의 건’을 갖고 있는 데 따른 것. 삼성은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장남 재용(在鎔)씨에 대한 변칙상속 의혹이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있다.
LG는 LG화학·전자·정보통신·캐피탈·텔레콤 등 5개 계열사의 총수일가 주식 고가 매입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SK는 ㈜SK 최태원(崔泰源) 회장의 벤처지원 및 위장계열사 여부가 도마에 올라있다.
재계는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2~3세들의 벤처투자를 활용한 편법상속을 집중 단속하면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계좌추적권까지 발동하려 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 벤처계열사가 올해만 10여개 이상 늘어났다”며 “재벌이 투자한 벤처가 변칙 상속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부당 내부거래 혐의가 포착되면 특수관계인의 개인계좌에 대해서도 계좌추적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또 정부가 재벌개혁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업고 이사회및 사외이사의 권한강화와 주주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담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권고안’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전경련은 법무부가 미국 법무법인 쿠더 브라더스와 세종법무법인 등에 용역을 의뢰해 최근 제출한 지배구조개선 권고안이 경영효율을 떨어뜨리고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등 현실을 도외시한 방안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사외이사 수를 50% 이상 두도록 하는 기업의 범위를 현재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에서 모든 상장회사로 확대하고, 회사의 주요 거래(매출액·자산규모 20% 이상)를 모두 주주 승인을 받고 소액주주 보호차원에서 주주들이 연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른바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하는 등 법무부의 안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권고안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하고 기업경영 활동을 방해할 소지가 있는 등 한마디로 한국 기업의 현실을 도외시한 독소조항”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재계관계자는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법적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시장의 힘에 의해 지배구조가 개선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이달 중 정부에 건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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