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음주운전자가 부정확성을 이유로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을 거부하며 채혈(採血)을 통한 측정을 요구했다면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불응죄가 성립될까.이모씨는 1998년 10월 오전2시께 음주 상태에서 승용차를 몰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신답 지하차도 앞길에서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렸다. 이씨가 “정확한 측정을 받겠다”며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을 거부하며 채혈 측정을 요구하자 경찰은 이씨에게 음주측정거부죄를 적용,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법원은 1,2심에서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2심 재판부는 “현행 도로교통법은 호흡측정기를 통한 음주측정에 불복하는 경우 2차적으로 혈액 채취 방법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며 “그러나 처음부터 혈액 채취를 원하는 경우 호흡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형사 입건기준(0.05%)이상으로 나타나면 불복하겠다는 의사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1,2심 재판부는 또 “운전자가 호흡 측정에 비해 신체적 심리적 부담이 되는 채혈 측정을 요구한 것은 보다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용우·李勇雨 대법관)는 6일 이 사건 상고심에서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이란 호흡 측정기에 의한 측정을 말하는 것으로 정당한 사유없이 호흡 측정을 거부했다면 음주측정불응죄가 성립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채혈 측정은 호흡 측정에 불복한 경우에 실시하는 것이므로 단지 채혈 측정을 요구하며 호흡 측정에 불응했다면 측정 불응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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