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립교향악단의 서울 공연이 연기되자 예술의전당이 난감해졌다. 북한 국립교향악단은 14일 예술의전당, 15일 KBS홀에서 공연하겠다고 당초 약속했다가 돌연 자체 사정을 이유로 서울 방문을 연기했다.확정된 건 아니지만, 21·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 이틀간 ‘베스트 클래식’ 음악회를 열 계획이었던 예술의전당은 매표를 중단했다.
공연이 연기되면 문제가 이어진다. 다른 장소를 구하든지 다시 날짜를 잡아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들인 홍보활동과 경비는 또 어찌할 것인가. 그렇다고 남북 교류의 큰 경사에 극장을 내달라는 데 싫다고 거절할 처지도 못되니 답답하고 괴로울 뿐이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게 더 문제다. 당초 예정됐던 14일 공연도 7월 25일 갑자기 결정됐다. 그날 공연이 잡혀있던 다른 단체에 배상을 해주고 다른 연주장소를 내줬다. 5월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이 왔을 때도 오페라극장에 예정됐던 공연이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
기쁘게 맞아야 할 손님을 투덜대며 맞게 된 게 꼭 북한만의 잘못일까. 그보다는 남북 문화 교류를 ‘깜짝쇼’처럼 진행하는 우리 당국이나 관련 단체들의 자세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외국 교향악단을 초청하려면, 늦어도 1년 전부터 계약을 하고 공연장을 빌리고 프로그램을 짜는 게 일반적이다. 북한과 교섭하는 게 워낙 변수가 많고 예측 불허임을 감안한다 해도, 계속 이런 식은
곤란하다. 봇물처럼 터질 남북 문화교류에서 이제 필요한 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오미환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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