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버리지 골퍼들은 총타수의 40% 이상을 그린에서의 퍼팅으로 허비한다. 그만큼 퍼팅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짧은 샷을 잘 처리해야 스트로크를 줄일 수 있는데 드라이버샷보다는 어프로치샷, 퍼팅이 좋을수록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특히 프로선수들에겐 퍼팅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골퍼들이 최후의 관문인 그린에서 대강대강 끝내는 경향이 많다. 가장 중요한 곳에서 가장 건성으로 처리해버리는 것이다.
인생의 축도가 그린이라면 그린은 골프의 축도다. 골프의 묘미가 축약돼 있다. 겉으로 봐선 잘 손질한 평평한 잔디밭이지만 그곳에는 협곡이 있고 산마루가 있다. 숨가쁜 오르막길도 있고 멈추기 힘든 내리막길도 있다. 험난해 보이지만 잘 살펴보면 홀로 인도하는 오솔길도 숨어 있다.
그러나 보통골퍼들로서는 보기 좋은 그린에 숨은 이런 지형을 읽어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겉으로 본 것과 실제로 볼이 굴러가는 길은 전혀 다르다. 독단과 오판, 혼란, 착각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찾아내지 못한 숨은 길을 찾아내 볼을 홀안으로 떨어뜨리는 묘미는 골프의 극치다. ‘땡그렁’하는 소리는 한 순간에 분노와 갈등으로 어지러웠던 머리를 명징하게 해준다.
이런 묘미를 맛보려면 우선 부지런하고 세심해야 한다. 멀리서부터 그린의 모습을 주의깊게 살피고 남보다 먼저 그린에 도착해서 정밀한 현장 답사작업을 펴야 한다. 볼과 홀을 중심으로 360도를 돌며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남의 퍼팅을 유심히 살펴 도움을 얻고 그래도 미심쩍으면 캐디에게 조언을 구한다. 단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경기를 지연시켜서는 안되다.
세심하게 결정하되 한번 결정하고 나면 과감하게 가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고른 호흡을 유지하고 산만한 주변의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몰입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린은 반도체칩과 같이 잔디결 속에 비밀의 회로를 숨겨두고 있다. 이 비밀회로를 찾아내기만 하면 그린은 행복한 곳이다. 그린 위에 숨겨진 길을 찾아내 공을 굴려 홀에 넣는 재미를 어디에 비길 수 있겠는가.
/ 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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