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폭력성의 범람을 초래한 원인 중의 하나가 형식적인 방송사 자체 사전심의다.방송법 제80조는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방송 프로그램(보도 프로그램은 제외)을 심의하는 기구를 두고, 방송 전에 심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KBS 심의평가실, MBC 홍보심의국, SBS 심의팀이 자사 프로그램에 대해 사전심의를 하고 있다.
형식적인 사전심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관행 때문이다.
법에서는 사전 심의를 규정하고 있지만 선정성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은 방송 직전에 편집이 완료돼 심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방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심의실 직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SBS의 경우 9명, MBC는 20여 명, KBS는 50여 명이 수많은 프로그램을 심의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제작진 상당수 심의불감증
방송시간 쫓겨 안거치기 일쑤
제작진의 심의에 대한 무감각증도 문제다.
방송사 심의 관계자들은 제작진 상당수가 심의를 기피하고 심의에서 개선 명령을 받아도 잘 고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방송사는 방송위원회의 심의 규정을 토대로 만든 사규에 따라 심의를 하지만 방송사마다 선정성과 폭력성의 노출 빈도와 강도 등도 다르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사전심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방송을 제외한 녹화 프로그램 제작이 최소한 방송 전 2~3일 전에는 끝나는 제작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심의실 기능과 인원을 대폭 강화하고 수정이나 개선명령을 받았는데도 고치지 않는 제작진에 대해서는 인사상의 불이익 등 엄격한 징계를 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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