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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족 함께 만나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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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족 함께 만나볼 생각"

입력
2000.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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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행·이송자씨 부부“꿈인지, 생시인지. 이제 우리 부부 평생의 염원을 풀게 됐어요.”

북에 배우자와 자식을 남겨 둔 채 남으로 내려와 결합, 이산의 한(恨)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함께 달래온 이선행(李善行·80·서울 중랑구 망우2동) 이송자(李松子·81·여)씨 부부는 8.15이산가족 상봉 방북단 100명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정말 만나는구나”라며 탄성을 질렀다.

북한에서 결혼해 각각 가족을 두고 있다 남으로 내려와 결합한 뒤 아이를 낳지 않고 32년간 함께 살아온 이씨부부는 6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찾아 열흘뒤 도착할 북녘을 응시하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아내에게 패물은 커녕 금반지 하나 제대로 못해 준 것이 평생 마음에 걸렸어.”(이선행씨) “친어미 없이 자란 아들, 얼굴도 모르는 손주들 생각에 오늘 밤에도 잠을 못 이룰 것같네.”(이송자씨)

노부부는 학수고대하던 가족상봉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무슨 선물을 들고가야 할 지 고민이다. 이선행씨는 “그 사람에게 이제라도 금반지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고, 부인 이씨는 “손주들에게는 청바지를 사주고 싶고 속옷이나 시계도 가져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서로의 가족도 꼭 함께 만나볼 생각이다. “남편의 부인도 만나보고 싶다”는 부인 이씨는 “서로 힘든 상황에서 거들고 살아온 만큼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다. 질투할 생각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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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번째 턱걸이 김준섭씨

“벼랑길을 가까스로 건너온 기분입니다.”

8·15 이산가족 상봉 방북단에 ‘극적으로’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은 김준섭(金俊燮·66·서울 강동구 성내동)씨에게 지난 1주일은 북의 가족과 헤어져 살아온 50년보다 길었다. 김씨는 북에 두 동생이 생존해 있고 이산가족 상봉단 후보 138명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접한 지난달 28일부터 하루 2~3시간밖에 눈을 붙이지 못했다.

방북단 후보명단 중 부모와 처자식, 형제자매가 생존한 이산가족을 나이순으로 따져보니 김씨의 순서는 ‘99번’ 내외. 하루에도 몇차례씩 방북 순번을 계산하며 초조하게 기다리던 그에게 5일 오후 드디어 ‘합격’ 소식이 전해졌다.

김씨는 16세때인 1950년 7월9일 평양 제10중학교 졸업식장에서 인민군에 징집됐다.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직장과 교회 일 때문에 졸업식에 오지 못했고 그것으로 영영 이별이 됐다.

최근 부모님과 다른 두 동생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회한의 눈물을 흘린 김씨는 그러나 이번 방북길에 살아남은 두 동생을 만나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선물을 해야할 지 지금도 결정하지 못하는 등 기대에 들떠 있다. 김씨는 “부모님이 언제 어떻게 돌아가셔서 어디에 묻혀 계신지, 나 때문에 동생들이 고생은 안했는지 모든 게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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