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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열전/(6) KBS2 '뉴스 투데이'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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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열전/(6) KBS2 '뉴스 투데이' 황정민

입력
2000.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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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빨간 원피스를 입었다“늙은 뉴스는 매력이 없다. 그래서 젊은 뉴스를 지향한다.”이렇게 외치는 그녀에게선 그녀만의 향취가 있다.

아침을 여는 KBS FM ‘가요 대행진’에선 신산(辛酸)한 느낌이 배어난다.

그리고 KBS2 TV ‘시네마 데이트’에서 그 신산함은 어느 사이 ‘톡톡 튐’으로 바뀐다. 이윽고 KBS2 TV ‘뉴스 투데이’에선 신선함으로 변한다.

각기 다른 프로그램의 진행 분위기가 차이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젊은 감각. “나는 나일뿐” 이라는 KBS 아나운서 황정민(30).

보도국 기자들이나 방송사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그녀에게 한 마디 건넨다. 너무 튀는 것이 아니냐고. 일부 언론에선 파격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KBS ‘뉴스 투데이’에서 금요일마다 빨간 민소매를 입고 나오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유는 너무나 명쾌하다.

“날씨가 더워 시청자도 짜증나고 나도 짜증 나 시원한 복장을 한 것 뿐이예요.”

가장 흔한 일상성은 때로는 철벽처럼 쌓인 견고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일시에 무너뜨린다.

여기에 한 마디 덧붙인다. “뉴스의 공정성과 신뢰감은 뉴스의 내용에서 나오는 것이지 옷차림과는 무관하다.”

생활도 마찬가지다. 보도국 후배 기자가 아나운서라고 “황정민씨”라고 불렀다. 그녀는 참지 않았다. 당장 달려가 ‘선배’라고 부르라고 명령했다.

뉴스는 권위적이고 근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면 형식주의에 흐르기 쉽다.

황정민은 가식적이고 형식적인 것을 거부한다. 그래서 가끔은 너무 솔직한 그녀의 멘트가 그녀의 민소매 원피스만큼이나 시원스럽게 다가온다.

젊은 뉴스를 표방하며 기자와 PD가 함께 참여해 지난해 5월 새로운 형식의 뉴스 프로그램 ‘뉴스 투데이’를 시작하면서 제작진은 뉴스 앵커로 황정민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1993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해 뉴스 캐스터로 5년동안 일해 기본기를 갖췄고 여기에 오락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면서 체득한 임기응변까지 더해졌으니 새로운 형식의 뉴스에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뉴스 투데이’를 보면 제작진의 선택이 적중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녀는 기자의 리포트에 따라 멘트의 내용이나 분위기 어조 등을 바꿀 줄 안다.

심지어 뉴스 진행하면서 애드립(즉흥대사)까지 할 정도다. 딱딱한 뉴스도 전달할 때 부드럽고 젊게 포장하면 시청자에게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생각에서다.

그녀는 또 다른 편견과 싸운다. 아나운서는 뉴스 진행에 있어 남자 앵커의 장식품이나 앵무새일 수밖에 없다는 일반의 고정관념과, 머리 나쁜 사람이 아나운서 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 그녀에게 물었다.

일부 아나운서들이 그런 편견을 초래한 점이 없지 않느냐고? “기자의 영역이 있듯 아나운서도 고유의 영역과 기능이 있다.

단지 그 영역에 충실할 뿐이다. 앵커하면서 저널리스트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비판해도 신경 안쓴다.” 그녀는 뉴스 멘트를 직접 쓰는 몇 안되는 아나운서 출신의 앵커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다니며 학보사 일을 했다. 글로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순수함에서다. 그러나 주 1회 마감하는데도 생활은 여유가 없었고 쫓기듯 하루를 보냈다.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질렸다. 삶은 즐길 여유가 있어야 하고 즐길 권리가 있다. 그래서 아나운서가 됐다.”

쉽게 질리는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같은 방송보다 늘 먹는 밥 같은 방송을 하고 싶다는 황정민. 휴가철인데 좋은 사람과 여행 안 가느냐는 물음에 “연애는 참 즐거운 작업이다.

예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 혼자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영화를 즐겁게 보고 있다.”고 말한다.

기자를 만난 날도 사람들이 파격이라고, 튄다고 지적했던 빨간 민소매의 원피스 차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튀는 것도 아니고 파격도 아니었다. 단지 황정민의 스타일뿐.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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