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대 1년 한모(19·경기 용인시)군은 최근 H출판사로 부터 43만2,000원의 어학교재대금을 내라는 통보를 받곤 감짝 놀랐다. 대학입학 후 어학교재를 구입한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출판사측은 한군의 자필청약서까지 들이대며 대금납부를 독촉했고, 한군은 견디다 못해 출판사를 찾아 필적 대조 끝에 ‘가짜’인 것으로 판명돼 화를 면했다.
한군은 “e-메일 무료이용사이트에 등록한 개인정보가 인터넷상에서 도난당해 누군가 내이름으로 서적을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허탈해했다.
■멀쩡한 사람이 범죄자로
50만명의 개인정보가 인터넷 해킹으로 유출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인터넷, PC통신)뿐 아니라 오프라인상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입하지도 않은 핸드폰 이용료 고지서가 날아오는 가 하면 신용카드를 발급받지도 않은 회사원이 카드대금연체로 신용불량자로 몰리는 등 ‘정보 도둑질’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멀쩡한 사람이 범죄자로 몰리는 황당한 사건까지 벌어질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주부 이모(28·경기 고양시)씨는 지난 3월 가 본 적도 없는 서울 명동의 한 의류매장에서 자사의 할부카드 이용대금을 내라는 독촉전화를 받은 뒤 무시해오다 봉변을 당했다.
이씨는 결국 의류매장측이 고소하는 바람에 경찰에 나가 진술서까지 쓰고 카드대금을 물어내야 했다. 이씨는 그러나 자신의 정보가 새 나간 경로를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원 구모(32·경기 수원시)씨도 지난해 말 취직을 위해 서울과 경기지역 5개 회사에 제출한 이력서가 유출돼 낭패를 보았다. 연고도 없는 부산의 B상사로부터 구입하지도 않은 물품대금 60만원을 납부하라는 통지서를 받은 후 이를 해결하느라 6개월이나 고생을 해야했다.
■정보유출 피해 신고 속출
‘몸’이 통째로 유출돼 개인신상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미혼시절 모회사 홍보도우미로 일했던 K씨가 그 경우.
지난 6월 오락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게시판이 띄워지고 “함께 놀자”등 낯 뜨거운 글들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곤 심한 충격을 받았다. K씨 신고로 사이트는 폐쇄됐지만 K씨는 정신적 충격으로 정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4월10일 문을 연 한국정보보호센터에는 정보유출 관련 신고·상담건수가 700건을 넘고 경기도소비자보호센터 등에도 피해를 호소하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피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정보보호센터 박광진(朴光進·42)팀장은 “불필요한 정보까지 요구하는 인터넷회사에는 가입을 피하고, 이용하지 않는 회사에는 절차를 거쳐 개인정보를 삭제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강 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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