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일본의 무더위가 경기 회복의 마지막 과제인 개인소비를 깨우는 특효약이 되고 있다.일본 경기는 기업의 설비 투자와 생산 증대 등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깨어나기는 커녕 5월과 6월 다시 지난해를 밑돌아 불황 탈출 선언이 늦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더위로 에어컨과 선풍기,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과 맥주·청량음료·빙과류 등의 판매가 크게 늘면서 전체 개인소비를 끌어 올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의 평균기온은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았고 도쿄(東京)를 비롯한 경제 중심지역에서는 2.5도 정도 높았다.
앞으로 8월 중순까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올해 사상 3번째 무더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1994년의 무더위 당시 일본종합연구소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도 높을 경우 개인소비 증가율을 0.6% 끌어 올린다는 분석한 바 있다.
단순계산으로는 올여름에는 1.5% 정도의 소비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더위 효과는 에어컨 판매에서 우선 두드러지고 있다. 1996년 811만대를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 646만대에 그쳤던 에어컨 출하대수가 올해는 당초 예상인 660만대를 뛰어 넘어 7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4년만에 전년도를 웃도는 호황을 맞아 주요 공장은 일제히 잔업과 휴일 근무에 들어가 있다.
맥주와 청량음료, 빙과류 판매도 크게 늘어났다. 맥주 4대 메이커 모두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7~10% 늘어났다.
녹차를 중심으로 한 기린음료의 7월 판매량이 1,650만 상자에 이르러 가장 더웠던 1994년 동기의 1,520만 상자를 넘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산토리의 우롱차도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660만 상자가 판매돼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빙과류도 업체별로 10~20% 정도 판매가 늘어났다.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 경제기획청 장관이 "경기 측면에서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것이 고맙다”고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듯 무더위가 경기 부양에 중요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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