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외로운 법정투쟁 해온 개인택시 김기덕씨개인택시 운전사 김기덕(金基德·48·서울 강동구 암사4동)씨는 잘못된 범칙금 통지서를 보낸 서울 노원구청을 상대로 5년째 홀로소송을 계속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그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판결도 받았다.
"5월에 배상금 200만원을 받았지만 공무원의 적발행위에는 큰 잘못이 없다는 판결에 승복할 수 없어서 싸움을 계속합니다.”
김씨를 긴 소송전으로 내몬 것은 1996년 10월에 받은 '합승적발 보고서’.사흘전 자신의 쏘나타 택시가 석계역에서 합승을 시킨 뒤 정지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했다며 노원구청이 운행정지 15일과 자격정지 30일, 과태료 30만원을 부과했다.
그 시간에 집에 있었던 김씨는 구청을 찾아가 항의했으나 담당공무원은 '휴가중’이라 만날 수 없었다.
민원과를 찾았더니 휴가중이라던 공무원이 나타났다. 그런데도 그가 말한 내용은 정정이 되지 않았다.
격분한 김씨는 97년말 서울시를 상대로 운행정지와 자격정지에 이의를 제기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이라곤 문턱조차 밟아본 적이 없었지만 이 소송을 시작으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과태료 무효화 소송등을 잇달아 제기했다.
그때문에 4년동안 2개 구청, 3개 법원에서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그가 가장 분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로 국고를 낭비한 단속공무원이 어떤 징계도 없이 세무과로 옮겨 일하고 있다는 사실.
"제 관심은 돈 몇 푼 보상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귀찮다고 중도에 포기하면 행정편의주의때문에 피해를 입는 무고한 시민이 계속 나올 것입니다.”
재판 때문에 개인생활의 피해는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소장 문안을 생각하다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
다행히 "컴퓨터도 못 다루면서 소장을 어떻게 쓰느냐”던 장남 민철(21)씨가 불합리한 일을 보면 발벗고 나설 정도로 변화했다.
아들은 2월에 할증요금이 잘못 부과된 통신요금을 1년전 영수증까지 뒤져 환불받기도 했다.
78년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90년 택시운전에 뛰어들었다.
제약회사, 보험회사 등에서 일하며 사회 구석구석의 각종 부패를 목격했다는 그는 "앞으로도 약자에게 불합리한 일이라면 내남의 일을 가리지않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fab4@hk.co.kr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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