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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장마, 이제 공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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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장마, 이제 공식은 없다

입력
2000.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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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동안 장마다운 장마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장마기간 이후에 쏟아지는 수백mm가 넘는 집주호우와 이로 인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올해까지 수년간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제 여름철은 기상청 예보관들에게는 공포의 방재기간이 되어 버렸다.과거 여름비의 행태를 볼 때 장마비는 약 1,300mm에 달해 우리나라 일년 총 강수량의 30% 정도를 차지했다. 때문에 장마기간 동안 비의 양이 많지 않은 소위 마른 장마가 될 경우 농업 및 생활용수 등 수자원 부족을 걱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여름철 강수형태가 변하면서 장마후 여름철 후반에 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8년 여름의 경우 장마전선이 활성을 보이지 못하고 주로 남해안 일대에만 비가 집중되어 가뭄이 우려됐으나 7월말 지리산 일대에 200mm가 넘는 호우가 쏟아진 것을 시작으로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을 오가며 집중호우가 발생했고 , 1999년에도 7월31일부터 8월3일까지 동두천, 철원 등 중북부 지방에 연 강수량의 절반이 넘는 800mm의 비가 내려 엄청난 피해가 생겼다.

올해 장마도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6월 하순과 7월 중순경에 일시 장마전선이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뿐 맑은 날이 많았고, 비의 양도 적어 마른 장마의 형태를 보였으나, 지난달 22일부터 우리나라 북서쪽에서 발달한 기압골의 영향을 받으며 경기남부지방에서는 하루 강수량이 300mm가 넘는 호우가 내렸다. 이제 ‘여름비=장마’의 등식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장마의 형태가 왜 달라진 것일까. 지구의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게 다수설이다. 지구 기온이 1970년대 이후 상승하면서 온난화 주장은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으나 남극대륙의 기온상승과 베링해의 빙하량 감소, 히말라야 산맥 등지의 얼음 지대 축소 등 여러 가지 관측자료들은 현재 지구상에서 지구 온난화가 결코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연평균기온도 지난 30년간 약 1.3℃ 상승하면서 기후형태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기후는 변하고 있기에 기후에 관한 영원한 진리는 없다. 이제는 아무도 겨울철에 삼한사온을 기대하거나 한강에서 다시 썰매를 탈 수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여름철에 장마가 끝나면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버리는 것이 집중호우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일 것 같다.

/박정규·기상청 장기예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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