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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죽을 문이 하나면 살 문은 아홉'쓴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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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죽을 문이 하나면 살 문은 아홉'쓴 김소연

입력
2000.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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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서울 마포 출생, 1950년 어머니 등에 업혀 월북, 1969년 평양의대 동의학과를 졸업한 후 김일성고급당학교 정치보위대 소속 공작원으로 활동, 이후 김일성 장수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 국가보위국 소속 공작원으로 차출, 1992년 6월 압록강을 건너 탈북….김소연(51·보궁자원요법연구원장)씨의 약력이다.

공작원 훈련 때 8개 불기둥을 뚫고 맨몸으로 뛰어가다 화상을 입었고, 3,000㎙ 상공에서 낙하해 목표지점에 비밀 아지트(비트)를 만들 때는 나뭇가지에 배가 찔려 한동안 정신을 잃기도 했다.

영화 ‘쉬리’가 어린애 장난처럼 보인다는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이런 그가 탈북 후 8년여의 세월 동안 차마 못한 말들을 묶어 ‘죽을 문이 하나면 살 문은 아홉’(정신세계사 발행)이라는 책을 냈다.

7세 때 김일성 주석을 처음 만난 일부터, 혹독한 공작원 훈련과 활동 과정, 김일성 장수연구소에서 행한 생체실험 내용, 탈북을 결심하게 된 배경과 목숨을 내건 탈북 과정까지. 남북 정상간의 만남과 최근 화해무드를 바라보는 조심스런 시각도 있다. 무슨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었을까?

“금세 통일이 이뤄질 것 같죠? 적어도 20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김대중대통령의 평양 방북 때 주민들이 열렬히 환호한 것은 단지 그것을 당과 지도자가 원했기 때문입니다.

신세대라고 불리는 남한 청소년들도 보세요. 그들은 북한에 대한 미움도, 관심도, 통일을 바라는 마음도 희미합니다.”

1,100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배려도 아쉬워 한다. 최근 이산가족 상봉협의 과정에서 탈북자 얘기는 쏙 빠져버린 데 대한 섭섭함이다.

“탈북자라고 해서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는 게 절대 아닙니다. 체제가 싫어서 탈북을 한 것이지, 고향과 부모와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남쪽 실향민이나 비전향 장기수와 마찬가지입니다.

‘언제고 돌아오리라’는 기약을 남기고 떠난 이들의 마음을 남한 사람들과 정부 당국은 왜 몰라줍니까? ”

북한 최고의 엘리트과정을 밟은 의학도답게 김일성 주석의 사망 원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 분석도 내놓는다.

김일성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동구권의 몰락과 구소련 붕괴에 따른 스트레스때문이며, 특히 구소련 붕괴 때는 뇌출혈에 실어증까지 걸렸다는 것.

김정일 위원장의 나온 배는 알콜로 인한 지방 축적, 빨간 손과 얼굴은 오장(五臟)에 열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성까지 억압하는 사회, 남존여비 사상이 극에 달한 사회에서 탈출을 감행한 지 벌써 8년입니다.

죽음의 문 앞까지 내몰렸을 당시는 물론 이곳 삶마저 힘들 때면 어머니(1985년 작고)가 예전에 들려주셨던 말씀을 떠올립니다.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말아라. 죽을 문(門)이 하나면 살 문은 아홉이니까.'"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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