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딱딱한 의자가 아닌 안락한 소파(sofa)에 앉아 얘기할 수 있도록 합시다.”“전망(view)이 좋습니다.”2일 오전 9시30분 정부 중앙청사 10층 회의실. 청와대가 바라다 보이는 ‘전망좋은 방’에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협상을 위해 마주한 한미 양측 대표들은 ‘SOFA’와 ‘view’란 단어의 중의(重意)를 살려 협상의 전망에 대한 희망을 주고 받았다.
4년만에 재개된 SOFA 개정 협상은 이처럼 덕담으로 시작됐지만 양측이 입장 차를 확인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곧 드러난 양국 법률 체계과 인식의 차이는 양측이 쉽게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1995년 11월 시작됐던 개정 협상이 7차례의 회의 내내 법률적·기술적 논란끝에 소득없이 끝났던 경험을 양측은 기억할 것이다. 이번에도 양측이 각자의 법체계 속에서 자기 주장만 되풀이 할 경우 결과는 뻔하다.
미국은 SOFA 규정에 대한 형식적 접근에 앞서 왜 한국민들이 한목소리로 SOFA 개정을 외치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독일에 비해 불평등한 조항은 우리 국민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6·25 전쟁중 체결된 대전협정을 모태로 한 현행 규정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높아진 인권과 환경권 등 기본권에 대한 한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담아내지 못한 채 시혜자로서의 미군의 우월적 권리만을 강요해 왔다.
미국은 이제 진지한 자세로 한국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둔국 국민들의 인간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 때 미군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평가받을 수 있다. 자구(字句)에 얽매인 논쟁은 시간벌기일 뿐이다. 미측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김승일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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