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大)정점이냐, 소(小)정점이냐.경기상승세가 어떤 형태로든 한풀 꺾였다는 점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다만 대정점론자들은 “경기가 최고봉을 지나 본격적인 비탈길로 들어섰다”는 주장이고, 소정점론자들은 “작은 봉우리만 넘었을 뿐이며 곧 정상을 향해 다시 올라갈 것”이란 입장이다.
경기가 최고봉을 지났다고 추정하는 쪽은 한국개발연구원(KDI)와 산업연구원(KIET)등 국책연구기관과 일부 금융권. KDI는 1·4분기, KIET는 2·4분기가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그 근거로 우선 정점을 8~14개월 앞서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가 작년 9월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이르면 5월, 늦어도 11월께는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얘기다.
둘째, 경기확산지수(DI)가 50이하면 하강국면 진입을 뜻하는데 4월 30→5월 20→6월 20등 계속 50을 계속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LG증권도 분석보고서를 통해 “거의 모든 업종에서 출하둔화와 재고증가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정점은 이미 지났거나, 늦어도 3·4분기에는 통과가 확실시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소정점론은 정부와 민간연구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재경부와 통계청은 내년 3·4분기, 한국은행은 내년 상반기,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2·4분기를 정점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도 “경기가 1·4분기이후 둔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경기상승기의 평균지속기간이 34개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점은 내년 10월께나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출하와 재고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출하증가율(18.6%)이 재고증가율(11.8%)을 웃돌고 있다”며 LG증권 보고서를 반박했다.
특히 정부는 국내경제가 외부충격으로 경기하강국면을 맞았을 때에는 상승과정에서 예외없이 ‘소정점’을 겪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70년대이후 경기상승과정에서 소정점이 나타난 경우는 1,2차 오일쇼크, 꼭 두 차례 뿐인데
외부충격(외환위기)으로 인한 경기순환기인 이번에도 ‘소정점’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