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설 등 집권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몰린 압두라흐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최근 이미지 컨설턴트를 고용, 변신을 꾀하고 있다.와히드가 소리 소문없이 준비한 비밀병기는 영국인 니겔 오크스(38)이다.
정부에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문을 해주는 '전략 커뮤니케이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오크스는 와히드에게 제출한 이력서에서 미 하버드대에서 강의를 했다는 등 자신의 능력을 한껏 선전했다.
와히드가 자국인도 아닌 젊은 영국인을 이미지 컨설턴트로 고용한 것은 그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7일 국민협의회(MPR)의 개막을 앞두고 탄핵설과 폭동설이 나도는 가운데 각료해임문제로 의회와 극한 대립을 했던 와히드는 현 정국을 타개해 나갈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들도 그의 무기력함에 이미 등을 돌린 상태다.
와히드가 오크스를 기용함으로써 의도한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오크스는 6월초 와히드 측근들을 만난 뒤 자카르타 도심 중앙에 언론을 모니터링하는 사무실을 내 매일 와히드 관련 보도를 긍정, 중립, 부정으로 나눠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오크스는 정기보고서 작성외에 독립언론재단(FIDJ)이란 단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FIDJ는 현재 와히드만이 인도네시아 통합을 유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종교적, 인종적 관용에 대한 TV 방송광고를 하고 있다.
FIDJ는 최근 이례적으로 와히드가 참석한 가운데 '언론인의 윤리’란 세미나를 자카르타의 한 특급호텔에서 개최했다.
그러나 참석한 언론인도 적었을 뿐 아니라 참석자들은 정부의 후원하에 언론인의 윤리라는 세미나를 한다는 자체를 비판했다.
오크스측은 또 정보기관의 1급기밀 보고서라며 "인도네시아가 또 다시 정치, 종교 분쟁의 위기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와히드가 권력을 꼭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1면 머릿기사로 실어줄 것을 신문사에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오크스의 과거 전력을 비춰 그의 정체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와히드의 전임자인 B.J.하비비 전 대통령에게도 정치 컨설턴트로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에는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고 유엔과 관련이 있는 '선거개혁 국제조직(IOER)’의 선거전문가라며 방콕에 사무실을 열고 태국정부에 접근한 적도 있었다.
와히드는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컨설턴트로 임명하는 등 정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가 희망하는 대로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